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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해, 버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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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내 마음 편해 보자는 목적이었다.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결혼을 할까 말까 매우 고심하다 결국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집 식구에게 남편 이름으로 은행 융자를 해주었는데 한 번도 갚지 않고 여태 소식이 끊어진 상태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 일로 남편과 자주 싸웠고 이혼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다.
한 푼도 써 보지도 못한 이 큰 빚을 우리가 떠안기로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매달 지불할 때마다 억울한 생각에 남편에게 뭐라 하면 남편은 언제까지 그럴 거냐며 되레 화를 내곤 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느라 힘들었다.
미국에 살면서 친정 동생들 결혼식에 참석도 못 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허무했다. 작년에야 겨우 23년 만에 친정에 다녀올 수 있었다. 당시엔 지금의 내 나이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하는데 빚에 허덕이고 있으니 의욕도 잃고 무기력에 빠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싫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남편과 사이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점 하나에 님이 남이 된다고 우리 부부는 한집에 같이 사는 동거인일 뿐이었다. 아이들도 직장 때문에, 학교 때문에 기숙사로 다 떠나고 둘만이 남은 상태에서 매일 이런 불편한 관계로 지내는 것이 지겨웠고 스트레스에 편치 않은 마음이어서 그런지 위에도 탈이 나 먹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음수련을 하고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8개월 전 시작하게 된 이 수련으로 요즈음 나는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남편을 이해하거나 용서하기 위해 애를 써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저절로 많이 너그러워지고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먼저 이런저런 말을 할 수도 있게 되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다.
한 예로 남편이 방에 불을 끄지 않고 나올 때가 자주 있는데 예전에는 왜 끄지 않았냐고 한마디 하거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가서 껐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끄게 된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남편도 내가 원망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으니 편안해하는 것 같다. 사실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을 버릴 때는 잘 버려지지가 않아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앞에 있다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실컷 다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쉽게 버려졌다. 나 혼자 불평하고 속 끓이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 것이 모두 내 탓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수련 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마음 버리기, 비우기란 그저 체념이고 포기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완전히 깨끗이 버려야 하는 것이고 마음수련은 그렇게 해준다.
수련하면서 참회한 것이 많지만 특히 자식에 대해서는 엄마로, 어른으로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반성했다. 너희는 어리니까, 자식이니까 하며 아이들 의견은 들을 생각을 안 하고 무조건 명령하고 복종을 강요했다. 수련하고 얼마 후 딸도 수련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딸과 수련 얘기도 하면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그랬었나?’ 할 정도로 기억에도 없는 일을 아이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딸에게 “미안해, 버려줘~”라고 말한다.
마음수련 후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지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젊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바람처럼 흘러 나가 버려 마음에 남지를 않으니 그지없이 편안하다.
마음수련의 방법은 버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쉬운 방법이지만 강하고 끈질긴 ‘나’라는 자기중심적인 관념들 때문에 한편으로 쉽지는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갈 목표가 생겼다. 남아 있는 마음들을 완전히 버려 평화롭고 행복한 ‘나’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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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화를 다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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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지는 않더라도, 화낼 일이 많은 요즘 사람들이다. 꾹꾹 눌러 참다가 급기야 병을 불러 화병 진단을 받는 이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화를 참는 사람만 화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버럭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심신이 쇠약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화 때문에 대인 관계를 잘 못하고 화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 화 덕에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화를 보고 나를 보며, 화를 버려 진짜의 나를 찾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존심, 열등감, 화와 함께 버려지다

5년 전,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후, 사업을 하다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택시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두들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라고 하듯이 처음엔 16시간 꼬박 운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늘 짜증과 화로 바람 잘 날이 없었고, 항상 마음이 쫓기는 것 같았다.

엄준용. 대구시

부지런히 움직여야 회사에 사납금을 낼 수 있으니 택시 기사에게 5분, 10분은 돈과 직접 연결된다. 30분 이상 차가 막히는 날은 그야말로 공치는 날이다. 그럴 땐 부지런히 승객을 태워 하루 일당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차가 막히거나, 신호 대기가 길어지면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도로에서 일어나는 끼어들기, 난폭 운전, 운전자끼리의 시비 등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 힘든 건 승객이었다. 택시에 타자마자 다짜고짜 욕부터 하거나, 불이익을 당한 울분을 토해내거나, 술에 만취해서 갑자기 목이나 어깨, 머리를 잡아끄는 승객까지, 이번에는 과연 어떤 승객이 탈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승객에게 조언했다가 오히려 화를 자초하기도 했고, 이번엔 맞장구를 쳐줘야지 했다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네네’ 한다고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무시한다고 화를 내는 승객도 있었다.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했다. 속이 두근두근거리면서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승객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승객이 내리면 차를 세워두고 잠시 명상을 했다. IMF 위기로 어려웠던 시절, 마음을 비우면서 힘든 마음들을 추스릴 수 있었기에 나에게는 마음수련 명상이 큰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방금 전 승객들과의 일들을 버리면서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운전을 하다가도 시간이 날 때면 가까운 지역 명상센터에 들러 집중적으로 버려나갔다.
사실 나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따지는 것을 좋아했다. 한편으론 “왕년에 나도 이런 사람이었는데…” 하는 마음도 컸다. 가끔 승객들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을 때마다 울컥해지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다. 그건 내 열등감의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피해 의식이 있다 보니 작은 말에도 금방 상처받고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자존심, 열등감을 버리다보니, 이미 지나가고 없는 과거에 매여 있다는 게 부질없고 우습게 느껴졌다.
승객을 위한답시고 했던 말들이 왜 화를 불러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승객한테 맞장구 친다고 무조건 예예, 했던 것도 속마음을 보니 ‘떠드는 게 귀찮으니까 이제 그만하라’는 의미로 건성으로 대답한 것이었다. 한편으로 승객에게 조용히 아무런 대꾸도 안 했던 것도 ‘됐다, 지겹다, 이제 그만해라’ 하면서 무시하고, 무관심했던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런 마음들을 버려나가자 점차 마음이 평온해졌고, 승객을 대하는 것도 달라졌다. 승객을 만날 때도 마음 없이 그냥 들어주고 그 심정을 헤아리다 보니 울분과 화를 토해내던 승객들의 마음도 점차 풀리는 걸 경험한다. 만취해서 하소연하는 승객을 만나도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러다 보면 처음엔 감정을 주체 못 했던 승객들도 “내가 너무 떠들어서 미안합니다” 하고 하차한다.
전에는 항상 머릿속엔 사납금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해서 난폭 운전을 하게 되고, 짜증과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다. 하지만 마음을 버리고 여유를 갖게 되면서 택시 일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의 반영인 듯, 돈과 시간, 고객에 쫓기지 않고도 여유 있게 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신기하게 승객들도 더 많이 태우게 된다.
전엔 택시 안이 너무 좁고 갑갑하게 느껴진 나머지 잠잘 때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이젠 확 트인 내 마음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요즘은 승객 한 분 한 분이 감사하고 내 이웃처럼 소중히 다가온다. 그분들이 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위급한 환자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 다리를 다친 학생을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셔다 드렸을 때는 마음이 뿌듯해지면서 보람도 느낀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쉬는 날이면 등산을 한다. 스트레스를 풀고 신체 단련을 위해서다. 그것도 좋긴 하지만 나는 명상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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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엄마, 대인배 되다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화를 참지 못했다. 그 분(憤)을 이기지 못해 물건을 던졌다. 남편은 나를 피해서 도망갔고, 그러고 나서도 화가 진정이 안 돼서 계속 씩씩거리곤 했다. 분이 풀릴 때까지 심지어 남편 옷을 찢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자제를 하고 싶지만 내 마음을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방인혜. 경기도 고양시

남편한테 불만이 많았다. 사랑받으면서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남편은 무뚝뚝했다. 차가운 돌 위에 앉으면 손수건을 털어서 깔아주었던 연애할 때의 자상한 남편은 온데간데없었다. 친구들을 좋아하던 남편은 술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도대체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나 머릿속은 복잡했다.
남편이 밉다 보니 시댁의 ‘시’자만 들어도 싫었고, 아이들도 싫었다. 그 화는 힘이 약한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이들한테는 괴물 같은 엄마였다. 학습지를 해놓지 않으면 바로 그 앞에서 찢어버리며 혼을 냈다.
화가 많다 보니 늘 몸이 아팠다. 감기가 걸리면 성인용이 아닌 소아용 감기약을 먹고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몸은 쇠약해졌다. 그러다가 이웃의 권유로 마음수련 명상을 하게 되었다. 몸이 좋아지고 특히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말이 내 마음에 각인이 되었다.
명상을 하면서 산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남편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렸다. 남편을 처음 만나 알콩달콩 연애했던 기억부터 부부 싸움하고, 아이들을 혼내고, 시댁과의 기억까지, 화와 관련한 ‘마음 사진’들을 버려나갔다. 내겐 시어머니도 어렵고 힘든 존재였다. 집안 종손인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가장 잘난 아들이었다. 하지만 결혼 당시 어머니가 원했던 며느리가 아니었기에, 나를 못마땅해 하셨다. 어머니는 며느리한테 운전면허를 따서 아들 대신 운전하고 다니라 하셨고, 음식도 자식과 손주만 챙기셨다. 시어머니한테 섭섭해서 분을 삭여야 했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영화 필름 돌아가듯 쏟아져 나왔다.
남편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아 화를 낸 것도, 결국 어린 시절 외로움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릴 때 난 항상 외톨이였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항상 밤늦게 들어오셨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집안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다. 그런 기억을 버리자 지금의 내 모습에서 친정엄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는 게 힘겨워 자식들한테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무서운 엄마. 결혼 전부터도 입버릇처럼 “우린 엄마처럼 안 살 거야” 했던 내가, 우리 엄마처럼 아이들한테 하고 있었다.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지옥 같은 삶을 되풀이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명상을 하면서 남편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전엔 ‘내가 왜? 뭘 잘못했는데?’ 하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뿐이었다면, 명상을 하면서 점차 ‘내 잘못이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난 남편한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남편에게 “여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자, 남편은 “당신 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하면서 놀라워했다.
그 다음 날부터 이상하게 남편도 확 바뀌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일도 줄고, 나를 대신해 집안일도 해주고 주말엔 애들과도 놀아준다. 화를 버리면서 몸도 좋아졌다. 지금은 30분만 자도 몸이 쉬이 지치질 않는다.
명상을 하고 난 후 초등학생인 큰아이를 마음수련 청소년 캠프에 보냈다. 마음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내가 그동안 해온 걸 다 기억할 텐데 엄마한테 뭐라 할까…. 아이는 처음엔 엄마가 가장 버리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일 잘 버려졌다고 했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아들에게 사과하자, “엄마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날 난 아이를 껴안고 미안하고 고마워서 펑펑 울었다. 전에는 엄마가 집에 있으면 말도 안 하고 조용했던 아이들이 이젠 숙제도 봐달라고 하고 대화도 자주 한다.
나는 화를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엔 화가 나면 그 속에 갇혀서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 순간 나를 보게 된다. 마음이 긍정으로 바뀌자, 의욕도 생겨 지금은 회사 일도 하고 쇼핑몰도 운영할 정도로 생활도 활기가 가득해졌다.
내가 표현하는 일체의 감정은 살아온 삶의 찌꺼기다. 때문에 그동안 살아온 산 삶의 마음 사진을 빼지 않고는 답이 없다. 화나 짜증 같은 스트레스를 버리면 삶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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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화를 다스리는 두 남자의 스트레스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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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화 때문에 속 끓였던 두 남자가 있다. 오랫동안 축구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생긴 승부욕이 강한 집착이 되며 불같은 화를 주체 못 했던 방계학(60)씨와 직장과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화로 나타나면서 항상 피로했다는 이희주(43)씨. 두 남자는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비로소 화를 이겨낼 수 있었다 한다. 스무 살 차이에도 만나자마자 친숙해진 두 사람. 연령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두 남자의 훈훈한 화 이야기.

정리, 사진_ 김혜균 / 대담_ 방계학 교사, 이희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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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성격 때문에 손해 많이 봤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승부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했지. 무엇을 하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화가 났으니까. 고등학교 땐 청소년 대표 선수로 추천될 정도로 실력이 좋았거든. 당시 1년 후배가 차범근 감독이었으니까 우리 멤버가 상당했지. 그렇게 선수 생활에다 학교 축구부 코치, 감독도 오래 하다 보니까 점점 더 다혈질이 되더라고.
  저 같은 경우는 성격이 예민한 편이었는데, 92년부터 5년간 유학 생활을 하면서 더 심해졌어요. 혼자 다 해야 하니까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날 도와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닌 사람은 적으로 생각하면서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심해졌어요. 적인 사람은 계속 단점만 보이고 괜히 하는 짓마다 화가 나고 그렇게 됐죠.
  나는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건 용서가 없었던 것 같애. 시합에서 지는 것보다 화나는 게 합숙소 생활하는 아이들이 도망가서 다른 데 있다가 왔을 때야. 가만두질 않았지. 바로 무릎 꿇리고 엎드려뻗쳐시키고. 그걸 본 다른 학생들은 저 선생님한테 걸리면 죽는다고 소문이 쫙~.(웃음) 별명이 호랑이 선생님, 헐크, 뭐 그런 거였어.
  상상이 가네요.
  감독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그만두게 됐어. 근데 선생이 돼서도 감독 시절 성격이 그대로인 거야. 나이 어린 선생들도 날 어려워하더라고.(웃음) 아무튼 애들 혼내는 게 직업이었으니까. 뭐가 걸리면 “야, 이 새끼야, 저기서 손들고 있어” 하면서 욕으로 시작했다가 욕으로 끝나는 거야. 불같은 성격이라 언제 화살이 올 줄 모르니까 주위 사람들이 항상 긴장 상태였지. “어허” 하고 입을 찬다거나 “어허, 참 나” 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거야.
  내 생각에는 이게 맞는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때 화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부하 직원 같은 경우는 지시한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 미필적 고의가 아닌가 싶어 화가 났고요. 아내와도 성격 차이가 있어서 신경질도 많이 냈죠.
  어딜 가나 답답한 거지. 어떻게 풀었어?
  담배 피고, 술 먹고 그랬죠. 술은 먹었다 하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먹었어요. 근데 먹다 보면 마음이 더 올라오는 거예요. 과음하고, 혼자서 중얼중얼 욕을 하고 있고.
  나도 술 잘해.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 근데 아마 다 느낄 거야. 처음 마실 땐 좀 풀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똑같다는 거.

 

화는 내가 맞다는 데서 시작
  남자들 경우 참을 때까지 참다가 욱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무조건 참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나도 그놈의 욱 때문에 손해 많이 본 사람이야. 내가 보기에 아니다 싶으면 지위 고하 상관없이 화를 냈거든. 교장 교감한테 대들기도 하고, 집에서도 금방 잡아 죽일 듯 화를 내고. 돌아서면 바로 후회할 짓을 자초했지.
  회사에서 가정에서 자꾸 신경질과 짜증이 나니까 불면증에다 피부건조증도 생기고 몸이 지치더라고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명상을 시작하게 됐어요.
  나도 정말로 이 불같은 성격을 왜 갖고 있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러다가 아는 사람 소개로 명상을 하게 됐지. 명상하는데 누구한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어마어마하대. 운동이 내 인생의 전부였더라고. 그동안 축구 경기 했던 거, 이겼을 때 졌을 때, 선수들 지도하고, 화냈던 것들을 모두 버려나갔지. 그러면서 알게 된 게 나는 늘 내 기준에서 봤다는 거야. 넌 왜 나만큼 못하니 하면서 아이들도 야단쳤고. 본의 아니게 감독직을 은퇴했을 때도 나보다 못한 놈들이 내 역할을 하는 게 울화가 치밀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게 화가 났지. 무조건 내 입장에서 배타적으로만 생각했어.
  공감이 가요. 저도 명상하면서 화의 원인이 내가 맞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았어요. 나름대로 회사에 이익을 많이 줬거든요. 다 내가 잘나고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의견에 반대하거나 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한테 화가 나고, 그들이 나를 질투, 시기한다고 생각했죠. 한편으론 가정에서도 남편으로 존중받고 싶은데 충족이 안 되니까 또 화를 내고…. 계속 악순환이었던 거죠.
  화를 낸 것도 결국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내 능력을 주위 환경이 못 받쳐준다는 원망에서 비롯됐더라고. 하늘에다 삿대질한 거지. 그 마음을 많이 버렸어. 명상하면서 눈물이 쏟아지는데 걷잡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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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성공과 명예 그리고 남한테 좋고 멋있게 보여지는 걸 중요시했더라고요. 내 능력에 비해 주위의 평가는 못 미치니까 화가 났던 거고요. 유학 생활, 학위, 공부했던 것 등 ‘잘난 나’를 많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전엔 내 일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을 비우면서 명예나 성공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는 거란 걸 알게 됐어요.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그게 내 착각이었구나. 사람이 겸손해진다고 할까요.
  맞아. 그러니까 상대방의 말을 먼저 경청하게 되고, 수용하게 되더라고. 전엔 그런 게 있나.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하고 대들기부터 했지.(웃음) 이젠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이렇게 말이 나와. 주변 사람들이 저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달라졌나 한다니까.
  명상하고 나서는 저절로 욕이 안 나오더라고요. 화도 오래가지 않고,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 사과할 줄도 알게 되고. 다른 일도 내 일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대인 관계가 달라지더라고요. 무시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장점이 먼저 보이는 거예요.
  맞아. 전엔 보기만 해도 미웠던 아이들한테 일부러 한마디라도 걸게 되더라구. 지금은 아이들 지도하는 방법도 달라졌어. “너 그러면 안 되겠지?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노래하듯이 야단치고.(웃음) 청소할 때도 지시하거나 명령했는데 요즘은 나도 빗자루 들고 같이 해.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잘 따라주니까 고맙지. 무서워서 나한테 오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이제 예체능실로 공 빌리러 온다니까. 요즘은 더우니까 애들 등목도 해주고 얼굴에다 칙~ 뿌리기도 하면서 장난치고 그래.
  와~ 정말 많이 달라지셨네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한테 참회가 많이 됐어요. 대개는 화를 내는 대상이 가까운 사람들이잖아요. 아내라든지 회사 동료들…. 돌아보면 그리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왜그랬을까. 말이나 표정, 시선에서 화난 눈빛으로 째려봤던 것부터가 반성이 됐어요. 그 마음이 얼굴에도 나타나는지, 몇 년 만에 다시 함께 일하게 된 분이 있는데, 저보고 눈빛이 달라졌다 하시더라고요.
  나는 한의사가 진맥하면 이건 사람이 아니다 할 정도였어, 맥이 안 잡힌다면서. 타고난 체력이 좋아도 싸움하고 화내는 데 다 소진시켜 버린 거야.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니까 혈액 순환도 잘되고 머리털도 난다니까.(웃음)
  맞아요. 화낼 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해요. 저도 화가 없어지면서 많이 건강해졌어요. 늘 피곤했는데 밤늦게 들어가도 개운하고, 숙면을 취하더라고요. 올해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명상한 분들의 검사 결과가 나왔잖아요. 기초체력지수가 좋아졌다고. 그걸 보면서 공감이 많이 갔어요.
  이제 우린 화를 다스릴 줄 알게 된 거지. 화가 나면 상대한테 퍼붓는 게 아니라 먼저 내 안의 화를 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 감정이 다 없어졌을 때 말을 하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없어. 전엔 그런 게 있나? 싫으면 니가 나가라 소리부터 질렀지.(웃음)

 

화가 올라올 땐 침묵, 마음부터 버려
  얼마 전엔 저희 동료 한 분이 상대방이 열 받게 하는데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신기하다고 하시면서요.(웃음) 지금은 가령 화가 올라와도 점잖게 표현하게 되는 거 같아요. 화가 올라왔다는 걸 아니까 순간적으로 버리고 차분하게 상대방한테 표현을 하게 되는 거죠.
  요 며칠 전엔 이런 일이 있었어. 한 아이가 영어 시간에 늦게 들어갔는데 내 이름을 판 거야. 방계학 선생님 심부름 하다가 늦어졌다고. 영어 선생님이 나한테 확인하기에 맞다고, 그랬다고 했지. 나중에 그 녀석을 부르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고. 그래서 “야. 자식아, 핑계를 대도 제대로 대야지, 이게 뭐냐?” 근데 녀석이 그다음부터 나를 엄청 따르더라고. 내 별명이 방개인데 저 멀리서 “방개” “형” 하고 들어가.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던 녀석들이 내 이름을 부르고 접근해온다니까. 마음공부 안 했으면 세월아 네월아 월급만 받고 띵까띵까 했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한 줄 아니까 감사한 마음뿐이야. 아이들에게 더 사랑을 주고, 아이들 마음 열어주는 게 내 할 일이다 싶어.
  마음수련 명상이 수용이잖아요. 수용하게 되면 화가 많이 다스려지는 거 같아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당연한데 우리는 여름에 왜 덥냐? 겨울엔 왜 춥냐? 하면서 화를 내는 꼴이거든요. 명상하면 여름엔 더워서 좋고 겨울엔 추워서 좋고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마음을 버리면 진짜로 삶이 바뀌잖아. 예전엔 어쩌다 집에 있어도 TV만 보고, 아내가 설거지를 부탁해도 안 했어. 커피나 갖다 줘! 그랬는데 지금은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심지어 창작도 한다니까, 요리 창작.(웃음)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 우스갯소리도 많이 할 줄 알게 되고, 비서 대신 간식을 사오기도 해요. 전엔 허튼 시간을 쓰면 금전적인 손해라는 생각이 강해서 엄두도 못 냈거든요. 그러니까 예전엔 내가 술 먹자고 할까봐 피했던 사람들이 이제 자기들이 먼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내가 바뀌니까 사람들도 같이 변하는 걸 느껴요.
  이 명상의 장점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래서 버린 만큼 확실히 바뀌게 된다는 거 같애. 그러니까 화를 다스리고 싶다면 명상을 해야 하는 거지. 안 그러면 참다가 폭발하든, 못 참아 폭발하든 둘 중 하나거든.
  그러게요. 화내며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원래는 화 없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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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자연으로 되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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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에 있지 않고 자기의 마음속에 있어
인간은 마음속에 있는말하고 행하고 산다
없는 인생 덧없는 인생 부평초 인생 산다고 아웅다웅하던
수많은 이가 어디 갔는지 세상에서 사라졌구나
자식새끼 놓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 같았으나
세월 따라 모든 인연이 뿔뿔이 흩어지고
늙은 할머니가 되어 혼자 이빨이 없는 입을
우물거리며 무엇인가를 먹고 있구나
지난날 대가족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또 그때의 주인들은 모두가 저세상에 가버렸구나
허물어진 예집에 혼자 있는 할머니도
저세상 갈 날이 멀지 않구나
세월 따라 수많은 사연과 애환이 사라졌으나
할머니의 마음속에서는 살았던 사연 사연이 있어
옛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있구나
갈 곳도 모르고 갈 곳도 없는 저세상에는
몰라도 너무 몰라 걱정도 하지 않고 죽어
남편과 조상과 함께 사는 줄 알고 있구나
제삿밥이나 잘 얻어먹기 위하여 제사 지낼 후손에게는
유난히 친절히 대하고 또 더 귀여워하구나
인생 삶 사는 세상인들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아는 자가 없구나
사람이 전해오는 수많은 이야기의
죽음 이후의 삶을 말해왔지만
그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아는 자 세상에는 없구나
세상에서 보면 저세상 간 모든 이는
모두가 대자연이 되었구나 본래로 되돌아갔구나
본래의 주인이 본래의 죽지않는 나라에
다시나게 해야만이
인간이 죽음이 없는 극락에서 살 수 있는 이치도
죽어 보아 저승을 알 수가 있는 연후이라
사람들아 근심걱정 수많은 애환에 인생사를 다 버리고
그 인생마저 죽을 땐 자연으로 되돌아가서
나는 없고 본시 있는 자연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기의 세계 속에 사는 자는 지옥의 세계에 살고
지옥은 없는 세상이라 헛세상이 아니겠는가
참세상에 나자
다 죽어 완전히 자연만 남게 하여
그 자연에 다시 나자

詩_ 우 명

우 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창시자이며, 저술가이자 시인이다. 깨달음과 진리에 관한 3권의 시집을 포함, 모두 열 권의 책을 펴냈으며, 마음과 우주의 이치, 사람들이 마음을 닦아 참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는 에릭 호퍼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으며 철학, 영성, 명상 분야에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및 일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세상이 완성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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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언젠가는 이 땅 이곳이 불국토가 된다고 했고, 기독교에서는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이 땅 이곳에도 이루어지게 하여 달라고 말하였다. 이 말들은 세상이 완성되는, 하나이고 완전한 진리인 참의 세상을 의미한다. 이 천지는 완성되어 있다.

인간만이 자기의 마음세계 속에서 죽어 있기에 인간이 구원되면 이 땅 이곳이 불국토요 이 땅 이곳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완전하고 참인 세상이 될 것이다.

세상이 완성되려면 인간은 자기의 마음세계인 허인 없는 세계에서 빠져나와 참인 세상에 나와야 할 것이다. 무덤 속인 마음의 세계는 세상을 사진 찍어 가진 마음의 세계라. 이 세계는 지옥이고 죽음의 세계라. 이 세상으로부터 참인 진리의 세상으로 다시 나는 것만이 세상이 완성될 것이다.

세상이 완성되려면, 다시 말하면 완성이란 다 이루어진 것이고 또 영원히 죽지 않아야 완성인 것이라. 이 세상은 바로 세상이나 인간은 세상 속 살고 있지 않아 인간 완성은 거짓인 자기와 마음세계가 없으면 세상에 다시 난다.

詩_ 우 명

우 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창시자이며, 저술가이자 시인이다. 깨달음과 진리에 관한 3권의 시집을 포함, 모두 열 권의 책을 펴냈으며, 마음과 우주의 이치, 사람들이 마음을 닦아 참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는 에릭 호퍼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으며 철학, 영성, 명상 분야에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및 일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한 번밖에 없는 내 삶의 후회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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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시집온 지 18년이 지났다. 결혼 후 한국 생활과 사회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왔고, 항상 밝고 친절한 태도와 미소를 잃지 않으려 했다. 일본인인 나와는 완전히 다른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접할 때마다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겉으로는 맞추려 했다.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내 자신이 비참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때론 너무 괴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몰래 운 날도 많았다. 복잡하게 상처받은 마음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해소법을 시도했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진 않았다.
“다 이런 거지, 사람은 누구나가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라고 포기하던 어느 날, 나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준 것은 마음수련 명상이었다.
2007년의 봄, 남편과 친구를 통해 연이어 듣게 된 마음수련 센터에 찾아갔다. 수련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외국인인 나에게도 쉬웠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명상을 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에 스스로 놀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밖에서 뭔가를 추구해왔던 나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명상이었다. 왜냐하면 이 명상 방법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내가 안고 살았던 마음을 버림으로써 ‘나다움’을 상실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고, 오만하게도 누구보다 착하고 상냥하고 바르게 살아온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하니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내면과 정면에서 싸웠다. 내 마음세계를 제3자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내 인생이 비디오테이프처럼 흘러갔다. 본심을 가리며 살았던 나의 마음속은 이중인격 정도가 아니었다. 몇 겹으로 겹친 양파 껍질을 벗기듯, 얽히고설킨 실이 풀리듯 복잡했던 마음이 하나하나 버려지고 있음이 확인되자 명상이 즐거웠다.
2과정에 이르면서는 속이 완전히 텅 비워진 것같이 느껴지며 상쾌했다. 그러나 단계가 올라가면서 마음 깊숙이 숨어 있던 의외의 마음들도 나왔다. 한마디로 냄새나는 쓰레기통 속에서 썩은 쓰레기를 하나하나 집어내는 작업과 다름없었다. 이렇게 더럽고 천한 쓰레기 같은 마음들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이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한 단계씩 과정이 올라갈수록 마치 어두운 터널 속에서 환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기도 했고, 때론 나 자신도 놀라운 여러 생각들이 올라와서 집중을 방해했지만 나는 계속 해나갔다. 7과정에 이르자 드디어 터널의 출구에 도착한 것 같은 안도감과 함께 감사의 마음으로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8과정에 이르러선 터널 밖의 세계를 맛보았다. 마치 새장의 새가 넓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며 자유를 만끽하듯이,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세계의 테두리로부터 해방되며 평화로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중3인 아들도 중1 때부터 방학 때면 청소년 캠프에 참가했다. 의식이 굉장히 넓고 커져서인지 변화된 아들의 언행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오랜만에 찾아오신 친척분에게 “진지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또 괴로운 일이 생기거나 불리한 상황에 닥쳐도 변명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항상 안정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우주처럼 웅대한 마음, 대자연과 하나가 된 순수한 마음, 그 인간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전인 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후회 없는 값진 삶을 살 것인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지만 나는 마음수련 명상을 만나서 정말로 좋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늘 말한다. “가무사하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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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

“화·짜증, 버리면 버려지는 게 신기해요”

제목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시기를 ‘1315세대’라고 부른다. 학교 현장에선 통제 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걱정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화 중 욕설을 사용하는 비율이 20% 이상 된다는 청소년도 76.6%에 이른다. 화를 조절 못 하고, “짜증 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거칠게 말하는 요즘 아이들. 그 공격적인 성향은 그대로 아이들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말해준다. 마음을 비워낸 만큼 변화하는 모습도 놀라운, 아이들의 마음수련 캠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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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요즘 애들’을
위한 변명

이인숙 구산초등학교 교사

내가 처음 부임했던 80년대의 아이들은 화나 짜증이 별로 없었다. 어른과 친구들을 생각할 줄 알고 온순하며, 다혈질이나 공격성이 적어 다투는 일도 없었다.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 한두 명 산만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자기 마음을 주체 못 하는 아이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매해 3월 학부모 총회 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해가 갈수록 점점 정이 메말라 가고, 남을 생각하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수련 명상 1, 2과정 방법을 해보게 했다. 공부에 대한 집착이나 부모, 친구에 대한 미움 등을 떠올려 그 마음을 빼게 한 것. 아이들에겐 스트레스 1순위가 부모이고 2위가 교사라 하지 않던가.
교사가 먼저 편안하게 다가가 공감하며 마음을 버리게 하니 아이들이 밝아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학업 성취도가 올라갔고 공격성이 줄어들었다. 잘 다투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년 전 일이다. 우울증에 인터넷 중독이었던 기훈이는 한번 화가 나면 자기 감정을 조절 못 하고 씩씩대며, 어른이고 교사고 안 보이던 아이였다. 한번은 친구와 싸워 상담하려고 남으라 했더니, 씩씩거리고 소리 지르다 가방도 놓고 집으로 가버렸다. 예전 같으면 혼내거나 손바닥 매질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울분과 화, 짜증, 열등감을 풀어내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여러 날에 걸쳐 아이가 마음을 버리도록 유도하자 편안한 마음을 찾았다. 표정도 밝아지고 돌출 행동을 덜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여지없이 부모의 행동 양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가장 클 시기여서 엄마와 같은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때문에 고민하고 상담하시는 부모님께 꼭 먼저 마음을 버려보시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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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이중적이며 감사를 모르던 아이

성현우 14세. 경기도 성남시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난 모범생이라 불렸고, 주위에서도 항상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자 슬슬 교만함을 갖더니 감사함을 모르는 아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때문에 울고 힘들어했던 아이들도 꽤 많이 있었다. 친구와 하루에 한 번씩은 치고받고 싸우고, 친구의 약점을 잡아 놀리기도 했다. 열 살 남짓한 나이였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다.
어른들 앞에서는 모범생이었지만, 친구들에게는 못되게 굴었으니 난 이중적이었다. 엄마는 나 때문에 우시기도 했다. 너무 삐뚤어져서 잡아 줄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직전, 마음수련 명상을 알게 되었다.
열 살 때였다.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에서 명상을 시작해보니 나는 참 이상한 아이였다. 마음속으로 자기가 혐오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곧 나 자신이었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왜 이렇게 짜증이 많냐고, 왜 배려심이 이렇게 없냐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지만 실은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또 내가 그동안 이런 행동들을 왜 해왔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서 버리다 보니 그동안 나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받으려 했고 또 항상 받아왔었다. 주위 사람들은 내게 거의가 친절했었다. 그래서 그 호의를 잃을까 두려워 언제나 내 진심은 꼭꼭 숨겨둔 채 가식의 얼굴만을 내비쳐 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안에 억눌려 있던 것이 쌓여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해지고, 그것이 굳이 가식을 떨 필요가 없는 친구들에게 표출되었던 것이다.
난 특히 내가 칭찬받았던 기억, 내가 칭찬 받으려고 했던 행동들, 예를 들면 아이답지 않게 선물을 사양하고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체했던 기억들을 버렸다. 버리는 도중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이렇게 못난 나에게도 친구라고 친절히 대해주던 급우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런 ‘마음 사진’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성격이 만들어지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했으리라.
그런데 좀 더 명상을 해보니 이유는 비단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던 내 건강 탓도 있었다. 몸이 힘들어서 고생했던 기억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내는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갔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웃는 얼굴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찬 투정 같은 것을 포함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들도 모두 잘 보이기 위한 형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나’가 생겨난 배경을 보니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받아만 왔던 기억들 때문이었다. 나는 이것도 버렸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아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일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사춘기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하지 않고 먼저 나를 없애본다. 덕분에 요즘은 내가 짜증을 많이 낸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장 좋은 점은 가식으로써의 내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을 주위 어른들께 편하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어른들과의 대화도 더욱 편해졌다. 예전에 통지표에 항상 좀 예민하다고 쓰셨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고 활발하다고 써주신다.
나는 내가 명상을 어린 시절에 만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사진’들을 남기지 않고 바뀐 것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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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상대의 의사를 묻고 행동하다

김상철 13세. 서울시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셨다. 동생과 나는 눈치를 보고 자신 없어 하는 성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들보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며 자라가고 있었다.
학교에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 화를 참지 못해 친구들이랑 싸움하는 불량 학생이어서 선생님들에게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원래 엄마한테도 화를 잘 내고 기분 상하면 나에게도 화를 내고 그랬다. 동생도 퍽퍽 때리고, 친구들에게 욕을 막 했다. 내가 너무 욕을 많이 써서 ‘욕쟁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엄마가 어느 날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를 가라 하셨을 때 난 가기 싫었다. 열심히 하면 휴대폰을 사주신다는 엄마의 권유와 설득으로 가게 되었을 때도 내가 원한 것이 아니어서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휴대폰이 생긴다는 생각에 매일 열심히 했다. 캠프엔 형, 누나, 동생들로 가득했고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학교에서처럼 무시당할까?”
이런 생각을 안고 “이제 지옥의 시작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점점 지옥이 아니라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싸우고, 욕하고, 짜증 내는 기억을 버릴수록 내 기분이 좋아지고, 짜증도 나지 않았고 상대방이 나와 같은 존재란 걸 알게 되어 내가 잘못을 하면 바로 사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학교생활로 돌아간 후에 친구들은 내 모습을 낯설어했다. 늘 나에게 시비를 걸던 애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점점 나는 욕을 하는 일도 사라지고 친구의 의사를 물어보며 대하기 시작했다.
5학년 때부터 나를 자주 괴롭히고, 짜증 나게 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3교시에 그 친구가 싸움을 걸었다. 나는 할 수 없이 겁만 주려고 살짝 배만 건드렸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도망가 버렸다. 4교시에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 친구가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교장실까지 가게 되고 학교에선 내가 나쁜 아이로 찍히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집으로 연락을 하고 엄마가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 사과하고 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내가 때려서 병원에 실려간 것처럼 돼서 억울했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절대로 나는 함부로 때리는 애가 아니고, 그 친구가 스스로 놀라서 쓰러진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내가 마음수련 명상을 안 했다면 참지 못하고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아들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에게 예전처럼 무시하거나 때리지 않고 엄마가 없을 때 동생을 엄마 대신 보호해주는 형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꼭 의사를 물어보아 행동해서 지금은 동생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점점 선생님들도 나를 인정해주시고 친구들도 많아지게 됐다. 예전엔 욕과 싸움이 나의 방패였지만 지금은 대화가 나의 방패가 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내가 엄청나게 바뀐 것 같아 너무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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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성격을
고치는 최고의 방법,
진짜 신기하다!

이주승 13세. 울산시

옛날에는 친구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 나를 화나게 만들거나 살짝만 건드려도 나는 정말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날아갔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왜 따라오는데?”라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때렸다. 모른 척하고 집에 오니 잠시 후에 그 애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때도 내가 잘못한 게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명상을 해보니 상대방을 괴롭히면 그것이 바로 나한테 온다는 걸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마음수련이라는 명상를 배웠다. 처음엔 집에 가고 싶었지만 차근차근 마음을 버렸더니 정말 버려졌다. 그 후로는 성격도 고쳐졌고 특히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젠 속에서 가짜가 때려라 때려라 해도 진짜 마음이 가짜를 사라져주게 한다. 이것은 최고의 방법이다. 친구가 놀리면 나는 못 들은 척하고 화나는 마음을 버리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들과도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다. 내가 안 때리니까 친구들도 나와 친해지려고 한다. 동생을 대하는 것도 달라졌다. 가끔 엄마가 동생을 혼내면 감싸주게 된다.
명상을 배운 뒤, 배우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더! 공부를 예전보다 잘하게 되었다. 집중력, 정서 불안이 나아졌다. 마음수련 명상은 정말 신비로우면서도 감동을 준다.

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

청소년, 화를 다스리다

제목

중학교 2학년 다운이와 나원이는 같은 해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 부모님끼리도 잘 아시는 사이라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하며 자랐다. 일곱 살 때 다운이가 이사를 가면서 헤어졌던 둘은 3년 후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에서 다시 만났다. 친구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화가 났던 다운이와 동생과 잘 다투었던 나원이.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난 뒤 이제는 친구들의 친절한 상담자가 될 정도로 너그러워졌단다. ‘그냥 절친’에서 ‘진짜 절친’이 됐다는 두 소녀의 성장 이야기.

정리, 사진 김 혜 균


“니는 돌멩이한테도 화냈다”
다운   나원이 니는 진짜 내성적이었잖어. 낯가리고 말도 잘 안 하고.
나원   니는 진짜 많이 셌어. 다혈질에다 조금만 짜증 나도 발끈발끈하고.
다운   그래. 니가 내 성질 많이 받아줬지. 고맙다 친구야. 역시 베프(베스트 프랜드). 니는 학교보다 집에서 짜증 많이 냈다고 했지. 동생이 말 안 듣는다고.
나원   동생이 자기 멋대로 하고 자기 맘대로 안 되면 드러눕고 떼쓰니까.
다운   난 엄마 때문에 힘들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혼내니까 무서웠어. 니 알잖아. 엄마가 안 돼, 하면 내는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았던 거. 스트레스받으니까 사소한 것에 짜증 내고, 학교에서 심했지. 맨날 남자애들이랑 싸우고, 막말하고, 그때도 난 멀쩡한데, 개념 있고 착한 나를 사람들이 가만 안 둔다고 생각했어.
나원   나는 맨날 동생한테 시비 걸고 때리고 화내고 그랬어.
다운   만만한 사람이나 친구들한테 그렇게 하게 되잖아.
나원   맞다. 친구들 중에 되게 순했던 친구를 골리기도 했지. 그래두 니는 내가 봐도 진짜 이상했단 말이야. 말하는 자체가 ‘뭐 했어? 왜 상관이야?’ 따지듯이 그랬어, 니는.
다운   그랬지. 누가 밥 먹었니? 물으면, 왜요? 밥이라도 사주게요? 밥 먹었으면 어쩔 건데요? 그러고, 지나가다 그냥 쳐다볼 수 있는 건데도 쳐다본다고 화내고. 날씨가 더우면, ‘우이씨~ 해를 다 뿌셔 버려!’ 그러고.
나원   니는 가만히 있는 돌멩이한테도 화냈다. 진짜 힘들었어.
다운   무조건 내 맘대로 하고, 내 맘대로 안 되면 그 자리에서 퍼부었어. 뇌에 필터가 없었던 것 같애. 할 말을 걸러서 해야 하는데 그냥 막 하는 거야. 근데 5학년 땐가 니가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고 나서 점점 나처럼 돼가는 거야. 6학년 땐 우리 성격이 서로 바뀌었잖아. 니는 별거 아닌 거에 짜증 내고, 오히려 나는 들어주고.
나원   맞다. 잘 지내던 남자애들이랑 싸우고. 그땐 다 귀찮았단 말이야. 말 거는 것도 싫고.
다운   나두 5학년 때부터 애들이 만만하게 보니까 힘들었다. 찐따찐따 하면서. 엄마한텐 무서워서 말도 못 하고, 니한테 전화 많이 했잖아. 왜 학교에서 이런 취급당해야 하냐면서 울고. 그때 니도 안절부절못했잖아. 죽고 싶다 하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괜찮다고. 그땐 살도 많이 쪘었어. 난 내 분에 못 이기면 미친 듯이 먹거든. 말 그대로 성격파탄자였다. 책 다 찢고 문제집 다 던지고, 막 울고.
나원   진짜 한 문장 한 문장 말할 때마다 욕이 들어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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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원 평상시엔 온순하다가도 동생과 다툼이 있으면 폭발하는 성격에 별것 아닌 일에 짜증도 잘 냈다고 한다. 하지만 명상 후 엄청나게 변화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도 크게 바뀌었다.

애들한테 상처 준 게 미안해 펑펑 울었어
다운   그때 정말 맨 밑바닥까지 갔다. 친구 관계도 성적도 부모님하고도. 그때 니한테 하루에 몇 번씩 문자 하면서 청캠(청소년 마음수련 캠프) 가자고 졸랐잖아. 진짜 마지막 소원이다 사람 살리는 셈 치고 제발 같이 가자고. 그전엔 솔직히 엄마가 명상하라 해도 그렇게 절실한 적은 없었다.
나원   난 원래 명상하는 건 재밌었는데. 수영하고, 놀이공원도 가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었으니까.
다운   명상하면서 선생님, 엄마, 아빠를 떠올리는데,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니까 처음엔 버리기가 힘들었어. 선생님한테 혼났던 거, 엄마 아빠와 싸웠던 거 버리면서 계속 울었다. 그게 허상인데 버리면 없는 건데, 아무것도 아닌 걸 붙잡고 슬프다고 괴롭다고 죽고 싶다고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하냐고, 이거 들고 있으면 내가 만신창이가 되는 걸 아니까, 제발 버리게 도와달라고 목메어 울었데이.
나원   난 동생하고 싸웠던 거, 친구한테 집착하는 마음을 많이 버렸다. 따돌림당했던 것도 버리고….
다운   내도 친구들 많이 버렸다. 근데 진짜 상처 준 게 너무 미안해서 펑펑 울었다. 얼마나 막말하고 못되게 굴었으면 애들이 나한테 그랬을까. 내가 보낸 하나의 화살이 백 개로 돌아오더라. 말을 함부로 뱉으면 안 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원   나도 그랬다. 다행인 건 명상하면서 저 친구도 나고, 이 친구도 나라는 걸 알게 되잖아.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나한테 한 것과 똑같다는 것도 알게 되고.
다운   엄마한테 왕따당한 거 이야기했을 때 ‘니가 한 만큼 돌아온다. 그건 알아야 된데이’ 이러시는 거라. 처음엔 엄마가 내 편을 안 들어줘서 섭섭했는데 명상하니까 무슨 말씀인지 알겠더라. 사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우리는 잔소리로 듣잖아. 근데 명상하고 달라지는 거 같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라는 거 알게 되지.
나원   명언인데!(웃음) 그거 나도 되게 느끼고 있다. 동생 괴롭힌 거, 친구한테 막말한 거 다 미안했다. 엄마한테 짜증 낸 것도 미안하고.
다운   나도 엄마한테 쌓인 게 많았지만, 명상하면서 엄마가 아빠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걸 알겠더라. 그냥 엄마가 불쌍했어.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가 우리한테 집착이 강했어. 우리만은 잘됐으면 좋겠고, 좋은 대학 가야 하고. 아빠도 큰딸이라고 날 강하게 키우려 했어. 맨날 기둥이다, 니가 우리 집 짱이다, 니가 잘돼야 동생이 잘된다 하고. 엄마가 수련하고 많이 바뀌었는데도 나는 내 틀로 보니까 엄마가 변한 줄을 몰랐어. 처음엔 엄마가 옛날엔 잘못하면 때렸는데 말로 조용조용하니까 그게 더 무서운 거야. 나중에 확 폭발할까봐. 근데 끝까지 좋은 말로 하시는 거야. 우리 엄마가 왜 그러지? 그랬다.
나원   우리처럼 어른들도 마음을 버리면서 틀이 깨지니까 관대해지고 남의 입장에서 이해를 잘하게 되니까 변하시는 것 같애.
다운   내 틀이 네모난 창틀이라면, 다른 사람은 둥글 수도 있고, 세모일 수도 있잖아. 그 사람을 내가 맞춰줄 수도 있는 건데 내 네모 틀에 맞추려고,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상처 주고 잘라 버렸잖아.
나원   맞아. 근데 그런 게 없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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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심리 치료를 권유받을 정도로, 제 분을 참지 못하면 머리카락을 뜯는 습관이 있었다. 지금은 공부도 스스로 하고, 특히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내 별명이 ‘엄마’야, 편한가봐
다운   정말 명상은 지우개 같아. 그 틀을 조금씩 지워주니까. 옆 창틀도 없어지고 위의 창틀도 없어지고. 텅텅 비워지니까 네모도 세모도 받아줄 수 있고 관대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돼.
나원   우리도 이제 사소한 것에 짜증 안 내잖아. 완전 관대, 관대.
다운   대박! 우린 베프(베스트 프렌드) 비비(베스트 오브 베스트)!! (웃음)
나원   난 어쨌든 이 명상 끝까지 할 거야. 어쩔 땐 애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좀 답답할 때 있지 않나? 난 답답하다. 분명히 안 좋을 걸 알면서도 하고 나서 후회하고. 우리는 안 좋은 일 있으면 마음 비우면 되잖아.
다운   싸우고 나서 힘들다고 울고.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자신을 못 이겨서 힘들어하잖아. 한 번만 돌아보면 자기 잘못인 줄 알게 되는데, 무조건 남 탓 하고 자기 탓인 거 인정하기 싫어하잖아.
나원   전엔 동생하고 싸워도 무조건 동생 잘못이다 생각했는데, 마음을 버리니까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겠어.
다운   나도 친구들한테도 사과했어. 내가 왕따시킨 애한테 전에 못되게 굴었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니까 그 친구도 나한테 못할 짓 했다고 미안해하더라. 이제 뇌에 큰 필터가 생긴 거 같애. 옛날엔 막말했는데 지금은 할 말만 하고. 그러니까 애들이 나를 좋아해줘. 완전 용 됐지.
나원   니 진짜 달라졌어. 똑같은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안 하고, 성격도 되게 순해졌다. 나도 요즘엔 친구랑도 잘 지내고 엄마랑도 연애상담 하고 그래. 전엔 엄마랑 말할 때 뭔가 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편해. 난 또 친구 집착이 진짜 강했거든.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혼자 길도 못 다니겠는 거야. 친구 없으면 죽을 거 같고, 외톨이가 된 거 같고, 왕따당할 거 같은 불안감, 그런 게 없어졌다.
다운   내가 그랬잖아. 옛날에 내 주위엔 친구가 없었다고. 전엔 솔직히 너밖에 없었잖아. 근데 요즘은 친구들이 다가와. 상담도 진짜 많이 들어 와. 하루에 5명씩 해주는 거 같다. 내 별명이 ‘엄마’야. 그만큼 편한가봐.(웃음)
나원   나도 애지만 요즘 애들 스트레스 많다.
다운   솔직히 부모님들이 자꾸 자기 틀에 가두려고 하시니까 더 반항하게 되잖아. 근데도 어른들은 자기 탓이라 안 해. 그래서 부모님들이 먼저 명상을 해야 하는 것 같애. 요즘 엄마한테 고마운 게 나를 존중해주셔. 옛날엔 엄마 틀에 맞추려 했는데 지금은 나를 인격체로 대해 줘. 그러니까 나를 믿으시는구나 싶어 안심이 돼. 전엔 뭘 해도 엄마가 무섭고, 혼날 것만 같았거든. 어떻게 변명하나, 무슨 말을 해야 믿어줄까,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근데 이젠 우리가 알아서 하잖아.
나원   맞아. 요즘 되게 느끼는 게 엄마, 아빠가 명상 안 하고, 성적으로 구속했으면 난 가출했을 거 같아.
다운   세상의 부모님들이 다 명상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애들도 바뀌고, 엄마도 아빠도 애들도 다 편해지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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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목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초심을 지키는 일이다.’
미국 선(禪) 문화의 기초를 닦았던 스즈키 선사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첫 마음은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 <선심초심>은 ‘선’을 수행할 때의 바른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삶에서 무언가를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바꾸어도 정확히 맞는 말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도(道)이기에 진리를 찾아가는 수행과 우리의 삶은 둘이 아니다. 처음으로 일(수행)을 시작할 때의 아홉 가지 마음가짐.

정리 편집부 출처 <선심초심> (스즈키 순류 / 물병자리)

1. 초심을 유지하라
초심은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수행에서는 그 목표를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을 항상 유지하는 것에 둔다. 마음이 비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해서든 항상 준비되어 있고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상태이다.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스스로 ‘숙련’된 사람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아주 조금밖에 없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나는 무엇을 얻었다’는 생각이 없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모두 우리의 광대한 마음을 제한한다. 무엇을 성취했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 자기에 대한 생각이 없는 사람, 그것이 진정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다.

2.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
마음과 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은 바른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바른 자세로 앉으면 저절로 바른 마음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없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마음은 이리저리 방황하지만, 어떤 것도 얻으려고 애쓰지 않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온존할 수 있다. 바른 자세로 운전을 하고, 바른 자세로 책을 읽는다. 구부정한 자세로 독서를 한다면 맑은 정신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3. 일편단심으로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는 것은 ‘준비’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수행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음식으로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저 그 일을 할 뿐이어야 한다. 어떤 일이 다른 무엇을 위한 준비인 것은 없다.
구도의 길은 ‘일편단심의 길’ 또는 ‘한 방향으로 달리는 수천 리 철길’이라고 한다. 기차가 다니는 철길의 간격은 언제나 같다. 매 순간 자신의 진정한 본성과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는 마음 자체가 철길이다.

4. 반복이 깨달음을 준다
매일같이 똑같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지루하고 싫증나는 일일 수 있다. 반복하는 정신을 잃으면 매우 어렵지만 생기가 충만하면 어렵지 않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걸 제대로 하려면 매우 주의 깊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를테면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이 어떻게 빵이 되는지 알게 되면 깨달음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실제 수행은 어떻게 빵이 되는지를 알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것이다.

5. 올바른 노력
무엇을 할 때 보통 무언가를 성취하기를 원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하며 거기에 집착한다. 이럴 때 필요하지 않은 어떤 군더더기 요소들이 개입된다. 수행이 잘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쭐해지는 마음을 갖기 쉽다. 그것이 군더더기이다. 무엇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으리라 기대했던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무엇만 하라. 그러면 그것의 특성이 스스로 드러날 것이며, 그러면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6. 흔적 없이
사람들은 한 가지 행동을 하면서 대개 두세 가지 다른 생각을 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새를 잡으려 하기에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렵고, 결국은 한 마리도 못 잡고 만다. 무엇을 할 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면 온 몸과 마음으로 그 일을 해야 한다. 하는 일에 집중해서 활활 타는 모닥불처럼 자신을 완전히 태워버려야 한다. 순간순간 자신을 수행에 바쳐야 한다.

7. 낙심하게 될 때
수행을 할 때 대개는 대단히 이상적이 되어 목표를 높게 설정한다. 그러면 무엇을 얻으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얻으려는 생각으로 수행을 하는 한, 어떤 이상이 성취된다고 해도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내고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것이 된다. 이런 태도보다 더 안 좋은 것은, 타인과 경쟁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태도이다.
무엇을 하다 낙심하게 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약점이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 신호가 나타날 때 오히려 고맙게 여겨야 한다. 그럴 때는 태도를 새롭게 고쳐 잡음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8. 한결같이
사람들은 보통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끌어모은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는 대신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면 어떤 것이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무엇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모든 것을 그 자체의 가치대로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지 늘 한결같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9. 부정과 긍정을 넘어서는 큰 마음
무엇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저 그것에 대해서 말하기만 한다. 그것을 지적으로 이해해보려고 하거나 자기 생각을 주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들을 때도 자기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모든 일을 좋으냐 나쁘냐 따지지 않고 행할 수 있다면, 그리고 온 몸과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한다면 그것이 곧 수행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말할 때, 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이해시키려 하거나 논쟁하지 말라. 논쟁을 해서 상대방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저 듣기만 해라. 말하는 것과 듣는 것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 때로는 그저 듣고 때로는 그저 말하는 것뿐이다.
무엇을 함과 하지 않음이 모두 큰 마음의 표현이다. 큰 마음은 표현해야 할 무엇이지 이렇다 저렇다 짐작할 무엇이 아니다. 큰 마음은 찾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큰 마음을 지니고 있다.


 

제목3

<내 생애 가장 큰 행복> 자서전 펴낸 이호선 할머니

나는 어린 시절 글을 안 배워 평생을 눈 뜬 장님으로 살았다. 공문이 와도 읽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 아버지가 오면 ‘이거 왔다’ 하고 갖다 주었다. 그동안은 궁금하지만 애만 태우고 있었다. 살면서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 울기도 많이 했다.

이호선 75세. 청주시

스무 살에 시집와서 시부모님 모시고 오 남매를 키우며 사는 동안 내 나이 칠십이 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복지관에서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나는 어려서 못 배우면 영 못 배우는지 알았다. 그런데 복지관이 생겨서 배울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첫날은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글씨를 쓰는데 벌벌 떨려서 그냥 앉아 있다가 글자를 보고 따라 그리기만 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너무나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 세월이 너무 좋구나, 너무 신이 나고 맨날 힘이 났다. 어려워도 하루에 한 자씩만이라도 배우면 얼마 정도 댕기면 조금 알겠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자꾸 생겨서 자꾸 갔다. 그러면서 조금조금 알아졌다. 배우면 되는구나 싶었다. 무엇이든지 보기만 하면 쓰고 읽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공부하느라 고생했는데 보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했다. 우리가 배운 것도 없이 어떻게 쓰느냐고 했다. 하면 된다고 다 도와준다고 하면서 권했다. 생각나는 대로 말도 안 되는 것을 자꾸 써갔다. 한 번도 안 써보고 이때까지 살았는데 이걸 쓴다는 게 신이 나서 손가락에 못이 배기도록 썼다. 몇 번 못이 배긴 게 떨어져 나가고 새살이 나고를 반복했다.
이 글이 과연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을 했더니, 작년 말에 <내 생애 가장 큰 행복>(이호선 글 모음)이라는 책이 나왔다. 말도 안 되고 받침도 안 되는 것 만드느라 선생님이 참 고생하셨다. 우리 선생님 아니면 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고 보니 내가 이걸 썼나 싶다. 생각하면 대견하기도 하다. 누구한테 자랑도 하고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너무 모른다. 혹시라도 내가 쓴 글을 읽고 웬만한 고생은 이겨내라고 하고 싶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우리같이 힘이 들지는 않겠지. 지금은 그렇게 배고픔은 없겠지. 웬만한 고생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내다가 보면 행복이 오겠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는 쌀이 없어서 밥을 못 하고 있으면 동네 사람이 저 집 밥 안 한다고 한다 해서 그냥 솥에다 물을 붓고 불을 땠다. 그러면 연기가 나온다. 그거 보고 저 집에 밥한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불을 땠다. 그리고 식구들은 물 한 그릇씩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생활을 해도 누구 하나 불평 안 했다.
지금은 너무 쉽게 포기하고 고생되면 자살하고 한다. 툭하면 이혼하고 도둑질도 많이 한다. 지금 사람들은 너무 호강하고 살아서 힘든 걸 못 참는다. 꼭꼭 참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텐데 말이다.
내 어려서는 가정이 어려워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다. 친구가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책보를 허리에 메고 학교 가는 것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학교에 가고 싶어서 혼자 뒤란에서 울고는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아무 책이나 다 읽을 수 있다. 병원에 가도 접수하는 것도 알겠고, 수납도 하고 은행에서 돈도 찾아올 수 있다. 매사 자신감도 생기고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난다.
지금도 공부를 계속한다. 맨날 틀리지만 뭐든지 읽고 적는다. 지금이라도 남은 인생을 열심히 배우고 더 많이 배우고 즐겁게 살려고 한다. 이제는 즐겁게 살면서 아프지 말고 내 인생도 돌보고 살아보고 싶다. 앞으로는 컴퓨터도 하고 싶고 서예도 하고 싶다.
나에게는 지금이 진짜 감사하고 고맙다. 하나님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이호선 할머니가 70세 이후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틈틈이 써놓은 글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제목2

생애 처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2005년 3월 휴일 아침이었다. 아내가 아픈지 못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먼저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밥을 안치고 갈치찌개를 끓였다. 생전 처음 요리였지만 그냥 어디서 본 대로, 두부, 콩나물, 파, 마늘…. 이것저것 다 듬뿍 넣었다. 결혼한 지 26년 만에, 내 생애 처음으로 아내를 위한 밥상을 준비한 것이다.

박만표 60세. 포항시

50년을 넘게 살아오며 한 번도 밥상을 차려본 적이 없었다. 경상도 시골 마을에서 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남자는 절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단단히 받으며 자랐다. 그러니 결혼해서도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의 일이라 생각하고 절대 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그날 밥상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정말 아내에게 잘못했구나, 하는 참회를 하면서였다.
나는 아내와 많이 다투면서 살아왔다. 당시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혼 위기의 갈등까지 간 상태였다. 나는 항상 내 기준으로 살려고 했고 아내의 입장에 한 번도 서본 적이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한다며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아내가 육아에도 신경을 쓰라고 이야기를 해도, 오히려 아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남자라고, 가장이라고, 돈을 벌어온다고, 대접만 받으려고 했었다.
이렇듯 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온 내가 백프로 아내 입장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건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였다. 지나온 결혼 생활을 하나하나 떠올려 버리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을 내심 가장 무시하며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한 번도 진심으로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해준 적이 없었다. 아내는 혼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이혼 위기의 갈등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다 내 잘못이었다. 명상을 하는 도중 너무나 미안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정말 내가 잘못했소. 이제부터는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해주겠다 약속하겠소.”
나는 한없이 울었다. 그리고 아들, 딸에게도 전화를 했다. 그 이후 내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뀌었고, ‘내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했다.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하는 내 자신이 놀랍기도 했다.
명상을 하고 난 뒤에 맞은 아내의 첫 생일날이었다. 늘 그냥 외식으로 축하를 전하곤 했지만, 그날은 뭔가 뜻깊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직장에서 100송이 장미 꽃바구니 배달을 보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내는 처음에 받았을 때 너무 어리둥절했다 한다. 잘못 온 게 아니냐고 몇 번을 확인하다 정말 자기에게 온 것을 알았을 때 너무 행복해서 그 꽃 옆에서 한참 동안 발을 못 뗐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계절별로 옷을 다 갈아입고 딸아이에게 부탁해서 온갖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진을 혼자서만 간직하고 가끔 보며 힘을 얻었다고.
그 말을 하며 아내는 자신이 봐도 코미디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날은 아내 평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놀랐다. 그런 작은 선물 하나에도 그렇게까지 행복해하는구나 싶고 또 여태까지 그런 마음 하나 몰라주었을까 후회도 되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때 생애 처음으로 했던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 아내는 변화한 내 행동을 의아하게 지켜보았지만, 한결같이 실천하는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언젠가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고생했지만 나이 들어서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게 축복인 것 같다. 당신이 나를 왕비로 만들어주니 나도 당신을 왕으로 대접하게 된다”고.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

원래의 마음

title
흐르는 강물은 흘러서 어디론가 가고 있고
갑갑한 심정에 강물 따라 어디론가 가고프구나
물은 자연의 순리 따라
말없이 흘러만 가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고만 있구나

인간은 번뇌만 오락가락하여도
제대로 이룬 것이 세상에 없구나
바람이 불면 바람에 물결이 일고
비가 오면 비도 합류하고
수많은 식물에 물이 들어가
생명도 주고 있구나

이런저런 것을 다 해도
물은 말이 없고 그 생각조차 없구나
본래인 자연심 그 자체가 되어 그냥 살구나
본래로 간 자는 일체를 놓고
그냥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없으니 물질세상의 일체로부터
벗어나니 그냥 살 수가 있다
본래로 간 자는 인간의 번뇌로부터 떠났고
본래로 간 자는 물질세계의 온갖 것으로부터
초월한 완전한 이이다

참으로 자기의 몸 마음이
다 없어진 이만 갈 수가 있고
본래 주인이 그 나라 나게 하고
살려주어야 살 수가 있고
그 나라 살게 하여야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영원히 살아계시는 진짜는 진리이시고
본래이시고 본성이시고 근본이시고 근원이시고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이시고
또 한얼님 알라이시고 하나이지만
이 자체가 정과 신이시고
성령 성혼이시고 성부 성령이시고
보신불 법신불이시고 신령이시고
본래의 몸과 마음을 일컬어
표현이 다르게 한 말이다

만상은 조건에 이 자체의
몸 마음을 받아 난 것이다
이 자체가 창조주이시고
이 자체가 전지전능한 존재이시다

전능이란 천지만상을 다 나타나게 하였으니
전능한 존재이시고
전지란 신이신 우주의 근본이시니
우주의 이치를 아시니 전지하시다

신의 마음은 일체로부터 떠난
완전하여 살아 있되 그 마음이 끊어진 마음이다
일체의 시비분별과 이것이다 저것이다라는
인간심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리이시다

이 마음은 없는 마음이고 공심이다
신은 살아 있되
살아 있다는 마음조차 없는 것은
삶도 초월한 진정한 삶이기에
인간의 관념 관습의
일체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대자유이고 해탈 자체이시다

그러나 진짜세계에 존재하시고
살아계시는 것이다
이렇게 된 자는 참 자체가 되었기에
물처럼 바람처럼
살 수가 있을 것이다
 
詩_ 우 명

 

우 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창시자이며, 저술가이자 시인이다. 깨달음과 진리에 관한 3권의 시집을 포함, 모두 열 권의 책을 펴냈으며, 마음과 우주의 이치, 사람들이 마음을 닦아 참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는 에릭 호퍼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으며 철학, 영성, 명상 분야에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및 일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