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공개 오디션 ‘슈퍼스타K2’에 도전, 가수의 꿈 이루다

몇 해 전부터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수가 되고 싶은 지망생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고, 시청자들에게는 과연 누가 합격할지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법 인기 스타들도 나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디션 하면 떠올리는 한 사람으로 김보경씨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2010년 슈퍼스타K2에 참가했으나 본선 진출에는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 한번 참 잘했던’ 그녀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던 것이다. 가녀리고 평범해 보이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노래, 그것은 진심이었고 간절함이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녀의 개인사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뚜벅뚜벅 원래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왔고, 어느덧 가수로 데뷔한 지 1년이 되었다. 최근 ‘뭐해’란 신곡을 발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인 가수 김보경씨를 만나보았다.  

김혜진 사진 홍성훈

어느새 가수 데뷔한 지 1년이네요, 어땠어요?

데뷔할 때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 뒤로는 많이 즐겁고 행복했어요. 작년 생일 때는 팬들이 형형색색 꾸며놓은 파티장에서 생일 파티도 열어주시고, 장기도 보여주시고…. 이런 날이 있기 위해서 그렇게 ‘중2병’을 앓아가면서 학창 시절이 힘들었었나 싶기도 하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학창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이 세상에서 나만 제일 고독한 거 같은 ‘중2병’도 앓았고 반항심도 있었어요. 원래 되게 밝고 장난도 잘 치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때는 항상 이어폰 꽂고 노래만 듣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접근을 못 했어요. 고1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거든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 좋게 되는 걸 보니까 사람들이 사랑해도 미워질 수 있는 거구나, 그런 걸 깊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입시, 남자 친구 얘기할 때 저는 공감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항상 가족 생각에, 우리가 서로 미워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늘 노심초사하고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때도 수업에 집중이 안 돼, 떠오르는 가사나 쓰면서 학교생활을 보냈죠.

그 힘든 마음들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해요.

저는 진짜 음악밖에 없었어요. 음악이 어떨 때는 독처럼 작용할 때도 있어요. 마음이 슬픈데 슬픈 음악을 들으면 더 빠지잖아요. 하지만 정말로 참고 참았던 걸 음악을 들으며 울고 해소할 때는 후련하잖아요. 제겐 음악이 비상구이자 돌파구이자 유일한 통로였어요. 바보같이 꽁하다가도 내가 왜 이렇지 하며 오히려 더 나가게 되고…. 친구한테 힘들다고 말하면 동정하는 거 같고, 또 약해 보이는 게 싫으니까 얘길 잘 안 했거든요. 그러니까 노래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던 거 같아요. 특히 동아리 밴드 활동하면서 해소가 많이 됐어요. 그때는 나한테만 닥치는 불행이라 생각해 원망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엄마랑 얘기할 수 있게 됐죠.

어린 시절부터 꼭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예요. 장기 자랑 시간에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 떨려서 못 하니까 선생님께서 부끄러우면 뒤돌아서서 하라고 하셔서 칠판을 보면서 조성모의 ‘To Heaven’이란 노랠 불렀거든요. 근데 담임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거예요. 그 순간 끓어오르는 벅참이란! 기분이 진짜 좋았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이후 선생님이 제 일기장에 ‘보경이는 커서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써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썼던 일기를 보면, ‘오늘 노래를 만들어봤다. 원래 있던 곡에 가사만 바꿔서 불렀을 뿐인데 이렇게 좋다니… 나중엔 난치병 환자나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고 적었더라고요. 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저도 놀랐어요.

그녀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였다. 자신의 체구보다 커 보이는 통기타를 들고 나와서 호소력 있는 보컬로 주목을 받았던 것. 당시 최종 본선인 TOP11에는 들지 못했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 노래한다”던 그녀의 고백과 가수에 대한 간절한 꿈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예선 대결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불렀을 땐, 엄정화, 박진영 심사 위원조차 “감동받았다”며 호평을 했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Top4인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보다도 가장 먼저 음반사와 전속 계약을 하고 앨범을 내게 된다. 예선 탈락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녀가 가수가 된 데에는 켈리 클락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켈리 클락슨은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초대 우승자로, 그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도 켈리 클락슨이 3차 예선의 심사 위원으로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한다.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훗날 켈리 클락슨이 그녀에게 보낸 격려의 영상 편지는 큰 화제가 되었다. 그녀의 첫 공식 데뷔곡도 ‘Because of you’다.

슈퍼스타K2 출신이라는 게 가수 생활에 약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분명 약이라고 생각해요. 심사 위원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혹독한 말을 듣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비공개면 남들이 보지 않으니까 털어버리고 또 오디션을 보면 그만인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점이 드러나고 그게 남잖아요. 수많은 경쟁자들 앞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당당하게 이만큼 올라왔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연습하면서 배울 걸 저는 우당탕탕 모아서 한 번에 배운 기분이랄까요. 박진영 선배님이 “눈빛이 좋다, 근데 그 눈빛밖에 없다”(웃음) 하신 거, 엄정화 선배님이 “감동이야” 그랬던 거, 인순이 선배님께서 “고음을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윤기가 없어서 목소리가 망가질 거다”라고 혹독하게 말씀하셨는데, 처음에 들어갈 때 “어, 포스!”라고 하신 말도 기억에 남아요.

‘목소리가 망가질 거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창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겠어요.

그렇죠. 누가 옆에서 조언을 해준 적도 없었고, 그렇게 부르는 것밖에 몰랐는데, 어떻게 보면 제 머리를 깨주는 망치가 됐어요. 그 이후로는 지금은 어리니까 힘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정말 나이 먹고 나면 노래를 오래 부르기 힘들겠구나 싶어서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부를 수 있을까 많이 연구하고, 장점은 살리면서 최대한 목을 아끼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연습 시간을 정해놓기보다는 언제든 발동이 걸리면 하는 스타일이라서 아침, 낮, 밤, 새벽, 아무 때나 장소도 가리지 않고 연습실에서, 차 안에서, 스쿠터를 타면서, 화장실에서도, 운동하면서도 불러요. 모든 게 그렇듯이 노래도 저절로 실력이 느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노력과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요. 즐겁게 하고, 매일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노래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싶다고 했지요.

노래 부를 때 관객분 중에는 팔짱 끼고 하품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럼 맥이 푹 빠져나가요. 모든 관객이 열광을 하고 있어도 단 한 사람 때문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내가 네 노래 듣고 있어’라고 눈으로 얘기해주실 때면 너무 좋아서 에너지가 차올라요. 그것 때문에 노래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남을 위로한다는 자체가 거짓말이에요. 제가 더 위로를 받죠. 그분들도 동시에 위로를 받는다면 감사한 일이고요. 예전에 가야금 병창을 했을 때 선생님께서 “노래를 할 때 너 혼자 감동하면 삼류다. 관객들만 감동을 느끼면 이류, 너도 관객도 같이 감동하면 일류 가수가 되는 거다. 관객들의 심장을 쥐었다 폈다 할 수 있어야지 진짜 노래하는 꾼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그 뜻을 잘 몰랐는데 데뷔한 후 관객들 눈을 쳐다보면서 노래하다 보니까 느껴져요.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먼저 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잖아요.

맞아요. 내가 움츠러들어 노래하면 관객들도 얼어붙고 저를 안 봐요. 그래서 전엔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 김보경입니다” 이렇게 하다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크게, 자신감 있게 하게 되고. 조금씩 진짜를 배워간다는 걸 느껴요. 첫 무대에선 정말 많이 긴장하고 떨었어요. 실수를 연거푸할 때도 있었어요. 근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과 눈을 맞추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제 노래를 듣고 즐거워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려주신 분들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순수한 마음 잃지 않고, 멋진 음악으로 보답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M.net 음악 프로그램

엠 카운트다운(M COUNTDOWN)에 출연,

노래 부르는 김보경씨.

 

가수가 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 있다면요?

가족이에요.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메우고 빨리 성공해서 나처럼 상처받은 동생이나 엄마를 돌봐주고 싶었어요. 가족이 평탄하고 부족한 게 없었다면 저는 그냥 살았을 거예요. 간절히 원하는 게 없었을 테니까요. 또 대학 때 성윤용 교수님의 격려도 큰 힘이 됐어요. 교수님 말씀이 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너를 다시 봤다. 이전엔 그냥 수많은 여자 제자들 중 한 명이었고 열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혼자 나가서 저렇게까지 선전한 걸 보고 뭔가 깨닫게 됐다. 내가 너한테 빚을 졌다고 하시면서, 뒤에서 지켜봐줄 테니까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지금 소속사도 연결시켜주시고, 앨범 제작에도 도움을 주셨어요.

김보경씨는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큰 힘이 되실 듯합니다.

그렇게 되고 싶어요. 제 홈피에 저도 가수가 되고 싶은데, 누나 보면서 힘이 많이 돼요. 어떻게 해야 돼요? 이런 글이 많이 올라와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한번 해봐라, 여기저기 의식하지 말고, 남 신경 쓰면 네가 사라진다고 말해줘요. 저도 가수를 꿈꾸었을 때, 화장실에서 기타 들고 거울 보면서 노래하니까 엄마가 커서 뭐가 되려고, 우리 가족 중에 제일 별나다 하셨거든요. 그래도 엄마한테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누가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닌데 나 진짜 잘될 거 같애.” 그랬거든요. 그런 마음이 긍정적인 걸 불러오는 거 같아요.

노래로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저 자신을 잃지 않고 노래하면 관객들한테도 전달되는 거 같아요. 노래할 때 기교를 많이 넣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냥 부르는 걸 좋아해요. 별로 꾸밈은 없는데 마음을 울리는 가수분들이 있잖아요. 어떻게 저렇게 할까 싶은데 그렇게 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인간적인 면이 많이 느껴지시는 분들인 거 같아요. 오랫동안 가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많이 질문을 던지는데, 제가 꼽는 인생의 좌우명 중에 하나가 ‘록커로 살자’예요. 노래하는 록커도 있지만 록(rock)의 의미가 ‘감동시키다’라는 뜻도 있거든요.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를 통해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제가 봐도 데뷔하고 1년 동안 사람으로서도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제 목소리를 들어준 모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웃음)

인터뷰를 끝내며 노래 한 소절 불러달라는 부탁에 그녀는 선뜻 데뷔곡인 ‘Because of you’를 불러주었다.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나를 붙잡아주었던 특별한 곡이다’라고 말했던 만큼 그녀가 바로 눈앞에서 진심을 담아 들려주는 목소리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그녀가 켈리 클락슨의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꿨듯이, 그녀 역시 곧 누군가의 꿈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나와 가족을 위해 도전했다던 가수로서의 길, 이젠 그녀의 노래가 어떤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희망을 주고 치유를 해줄 차례가 오고 있었다.

가수 김보경씨는 1990년 생으로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여주대학 실용음악과를 졸업했습니다.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2’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진심이 담긴 노래로 화제가 되었으며, 2010년 디지털 싱글앨범 <Because of You>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그 후 미니앨범 <더 퍼스트 데이(the FIRST DAY)>와 <그로잉(GroWing)>, 디지털 싱글앨범 ‘뭐해’를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히트곡으로 ‘하루하루’ ‘Suddenly’가 있으며, 2012년 가온차트 K-POP 어워드 솔로 부문 여자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