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92 모처럼 마감 회의가 빨리 끝나고 차도 안 막혀서 평소 퇴근 시간보다 집에 40여 분 빨리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기 전 아내에게 문자가 옵니다. “오늘도 많이 늦을 거 같다.” 요즘 아내 회사의 기계 교체 작업으로 업무가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 며칠 계속 아내가 늦었습니다. “송이랑 밥 챙겨 먹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이 조용합니다. 누님 집에 다니러 간… Continue reading

내가 한 작은 약속이 큰 기적을 만들 것 같은 이 가을, 우리들의 약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걸고 지키신 아빠의 약속 구자숙 36세. 직장인. 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 아빠는 아빠의 삶에 대해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았다. 가끔 내가 우리 아기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씩 하실 때 아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뿐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너무 어릴 적의 심한 고생은 마음에 깊은 상처가 돼서 평생 맘속에 남아 있어. 너무너무 가난해서… Continue reading

북덕 바람

어머니가 살고 계신 동네 근처로 근무지를 옮겨 일 년을 살았다. 떨어져 있을 때는 혼자 계신 어머니에게 늘 미안할 뿐이었는데, 막상 함께 살게 되니 괜한 일로 속상할 때가 많았다. 작년 김장철이었다. 퇴근하고 대문을 들어서니, 여기저기 배추 이파리와 김장용 비닐 같은 것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 어머니가 또 혼자 기어코 김장을 시작한 것이다. 수돗가 커다란 물통에 소금 간을… Continue reading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우리들의 노바이처

“왜 그렇게 울었어요? 그깟 놈 보내기가 그렇게 서러웠어요?” 두 번째 수술(전절제) 후 첫 회진 때 오셔서 하신 노동영 박사님의 첫 말씀이었다. 수술 결과가 어땠는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난다. 긴장되고 아마득한 상황에서도 박사님의 ‘툭’ 던지는 한마디는 긍정의 힘이 되어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대한민국 최고 명의답지 않은 소탈함과 친근함에 두려움은 어느덧 절반이… Continue reading

바른 생활 시아버지와 불량 며느리

며칠 전 아내와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과 넷이서 고향으로 벌초를 갔다 왔습니다.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지만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 고향 가는 길이 기쁘신지 주무시지도 않고 창밖을 내다보며 연신 이야기꽃을 피우십니다. 이때 항상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게 아내입니다. 벌초하러 올라가는 길목, 아내가 밤나무 밑에 멈췄습니다. “어머나, 밤이 벌써 익었네요. 아버님 잠깐만요, 여기서 밤… Continue reading

내가 한 작은 약속이 큰 기적을 만들 것 같은 이 가을, 우리들의 약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펜팔 7년, 얼굴도 보지 않고 했던 결혼 약속 신재숙 50세. 자유기고가, 독일어 통·번역가. 독일 린덴시 거주 “네 남편은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꽤 많은 돈을 포기했었지. 밴쿠버에서 독일행 비행기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항공사에서 하루만 일정을 연기하는 대가로 숙박권과 보상비를 제의했는데도 굳이 그날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우겼단다. 이유는 말도 하지 않고 말야. 밴쿠버에 사는 고모부는 이해를… Continue reading

박하사탕

어린 시절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명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인내’라는 과일이 진짜 있는 줄 알았다.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다? 다음에 커서 돈 벌면 그 요상한 과일을 꼭 사 먹어 보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내가 중학생이 되자마자, 신(神)은 ‘옜다! 네가 바라는 인내다’ 하고 인내를 주셨다. 그 맛은 이랬다. 중학교 때 집안이 사정없이… Continue reading

오늘도 아빠처럼 전진합니다

아빠는 군인이 천직이셨다. 군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 강직, 규율, 성실은 아빠와 잘 어울렸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 넘어 주무실 때까지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는 법이 없이 스스로를 엄격하게 컨트롤하셨다. 남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기억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도, 아빠는 항상 무언가를 배우며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다. 당신의 자식들도 그러한 성향을 닮기… Continue reading

한순간이 내 인생을 바꾸어놓습니다. 내 인생을 더욱 발전적으로 성장시켜 준 사건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선물입니다.

의사에서 환자로, 1년간의 투병 생활이 준 변화 박경희 32세. 의사. 서울시 중구 중림동 2009년 2월 평탄하기만 했던 나의 삶에 커다란 사건이 생겼다. 의대 6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인턴을 거쳐 내과 레지던트 1년 차를 무사히 마쳐갈 때 즈음, 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을 누비던 내가 갑자기 하얀 가운을 입은 환자가 된 것이다. 침상 머리맡에 붙은 종이에 쓰인 ‘만… Continue reading

중2라는 생명체, 그것이 알고 싶다!

본 사건은 얼마 전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희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문자였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빠 9시까지 데리러 와줘요~ ♥♥ 제작진은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딸아이의 엄마 즉 아내와도 동행을 했습니다. 그 시각 이후 올림픽공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작진은 딸아이와의 약속 시간보다 30분쯤 이른 8시 반에 올림픽공원에…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