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풍경"

소년시대

나는 50여 년간 ‘인간’을 찍어왔다. 길 위에서 만난 ‘소년’은 벌써 노인이 되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뭔가 수줍은 듯하면서도 순수함이 넘친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에게 ‘웃어 달라’ ‘이쪽을 봐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순간 포착한다. 연출하는 순간 진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950~1990년대에 부산의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에서 만난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은… Continue reading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사진, 글 김선규 부산 범어사에 다녀왔습니다. 금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범어사는 천년고찰답게 뭇 중생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감지덕지 비까지 내려주었습니다. 메마른 세상이 촉촉해지기 시작하고, 이렇다 저렇다 열기 가득했던 내 마음도 정갈하게 식혀줍니다. 머릿속도 그 어느 때보다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한 폭 담아봅니다. 2005년 8월. 부산 범어사에서 창문에 매달리는 빗방울들 연못에… Continue reading

반딧불이_ 별들처럼 빛나거라, 아름답게 춤추거라

1998년 여름 처음 큐슈(九州) 지역에서 반딧불이가 춤추는 광경을 보았을 때 정말 놀랍고 기뻤다. 작은 숲속에서 반딧불이 하나가 빛을 내기 시작하자, 어느덧 일제히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마치 빛의 물결과도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후대에 남겨주고 싶어 매년 여름 반딧불이 촬영을 시작했고,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진, 글 오하라 레이(Ohara Rei)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 히메반딧불이가… Continue reading

백만 송이 꽃을 피우겠어요

백합의 말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 되살아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이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당신의 부재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시 이해인 사진, 글 김선규 백합은 알뿌리 백 개가 겹으로 쌓여 있다… Continue reading

한옥의 창문_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소통한다

지촌종택. 경북 안동_ 창문을 여니 맑은 바람 몇 줌이 봄기운을 전한다. 밖으로 산과 강이 그려지고, 나지막이 들어온 햇살은 선비 정신을 비춘다. 한옥에서는 창과 문의 구별이 없다. 그래서 창문이다. 창문은 안과 밖을 연결한다. 소통의 통로이다. 특히 한옥의 백미는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분합문이든 바라지창이든 광창이든 크고 작은 창문을 통해 세상 밖을 보면 다양한 자연과 인간… Continue reading

무럭무럭 ‘하늘빛 꿈’이 자랍니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병풍도에는 동화 속 그림처럼 아름다운 하얀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전교생은 모두 3명입니다. 사진, 글 김선규 학교에서 키우는 하얀 강아지 ‘똘이’가 교실 문틈으로 수업을 엿듣고 있네요. 정말 동화 속 이야기처럼 머지않아 똘이도 구구단을 외울 것 같습니다. 주동기 총각 선생님은 “이곳 아이들은 주면 주는 대로 감사하고, 뭘 갖고 싶다고 떼쓰는 일이 거의 없다”며… Continue reading

봄이여 봄이여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 이양하 <신록예찬> 중에서 사진, 글 김선규 신록은… Continue reading

윤미네 집

사진 전몽각  글 전윤미 아버지께서는 늘 카메라를 놓지 않으셨어요. 우리가 싸울 때도, 울고 있을 때도, 산 정상에서 무서워 고개도 못 들고 어지러워할 때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썰매를 타고 웃을 때도 우리를 찍고 계셨지요. 언제나 차고 넘치는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매일 토닥댔지만 우애 깊은 삼 남매가 정말 행복하고 웃음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Continue reading

야생화가 말을 걸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강하고, 단아하지만 우아한 매력을 지닌 꽃이 바로 우리의 야생화다. 그렇게 우리 꽃에 매료당한 지 30여 년, 그동안 산과 들을 헤매며 숨 막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른 봄, 눈 속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이 나올 무렵이면 어느덧 내 발길은 산과 들로 향했다. 꽃에는 제 스스로 열을 발산하면서 언 땅을 녹이는 위대함이… Continue reading

사종사색四種思索

사진, 글 김선규 나 는  가 장 家 長 이 다 외줄 타듯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도 식구 생각에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저 분주한 발걸음. 2008년 7월.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 어 디  일 자 리  좀  없 나 내가 빨리 취직해야 부모님이 덜 고생하실 텐데 동생들도 돌봐줄 텐데 취직만 되면 성실하게 월급의 열 배로…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