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엄마하고 나하고’

사진 & 글 후쿠다 유키히로(Fukuda Yukihiro)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엄마하고 나하고’는 25년에 걸쳐 촬영한 것 중에서 동물 모자(母子)의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알려진 야생동물의 세계에도 나름 행복한 순간은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래들과 재밌게 놀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동물 사진을 찍는 이유다.

동물에게 다가가는 건 마치 놀이 같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지만 동물들은 어느새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비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 치타_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

네발 달린 짐승 가운데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 하지만 언제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사냥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이 흥분해서 다가가는 바람에 사냥감이 도망가 버렸다. 그래도 엄마는 묵묵히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사자_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무렵, 내내 낮잠을 자고 있던 어미 사자가 사냥을 시작했다. 어미 사자는 꼬리를 흔들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 뒤로 아기 사자가 엄마 꼬리 잡기 장난을 치며 달려든다. 이런 놀이는 새끼 사자에게는 사냥 연습이 된다.

▼원숭이_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

봄에 태어난 아기 원숭이는 여름에 접어들면 아이들끼리 놀게 된다. 원숭이를 지켜보노라면 아기가 떨어져 놀고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엄마와 자기 옆에서 떼어놓으려 하지 않는 엄마 두 부류가 있다. 어미 원숭이들에게도 방임형과 과보호형이 있는 모양이다.

동물 사진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절이나 시간대를 바꿔가며 몇 번이고 발걸음을 옮기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의 일본원숭이는 15년, 미국 플로리다의 마나티(manatee)는 10년 이상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다.

동물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에서 일본원숭이와의 만남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기대서 원숭이를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 뒤돌아보니 커다란 원숭이 한 마리가 잠이 덜 깼는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 장소를 살짝 비켜나자, 원숭이는 내가 기댔던 나무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 이런 행동도 하나?’ 싶어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동물들의 행복한 순간’을 찍고 싶다.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나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후쿠다 유키히로님은 1965년생으로 일본대학(日本大學) 수의학부를 졸업했으며, 두루미에 반해서 홋카이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동물 사진가로서의 길을 걷습니다.

현재 주요 테마로 5년 넘게 일본장수도롱뇽을 촬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아기 원숭이의 1년> <북여우의 아기> <마나티는 다정한 친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