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회의를 하나?

하루에 혹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회의를 하시는지요? 업무회의, 부서회의, 팀장회의, 간부회의에다 소소한 회의까지 합치면 하루가 회의만 하다 끝날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왕 시작한 거 깔끔하게 결론이나 나면 좋으련만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산으로 가고, ‘그래서 결론이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때도 있고요. 이런 날이 반복되면 ‘회의(會議)가 회의(懷疑)적이군’ 하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회의를 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회의를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지 점검해봅니다. – 편집자 주

회의 참석자들의 지위가 다양할 때, 직급이 낮은 직원은 상관 앞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당신이 의장이라면 분위기를 잘 살펴서 상관이 말을 하기 전에 직급이 낮은 사람들이 먼저 정보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라. 이때는 무대 감독의 역할을 어느 정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직급이 낮은 사람이 발언하는 것을 환영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수 비숍

조직이 잘못 짜여 있으면 회의에 그대로 나타난다.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들은 ‘우리가 회의를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슨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가?’를 정확하게 알고 이해시켜야 한다.

피터 드러커

직장인들은 주요 업무 중 하나인 회의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4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회의 효율성은 5점 만점에 평균 2.8점에 그쳤다. 회의가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결론은 없고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에’가 4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항상 결론은 상사가 결정하기 때문’ 26.5%,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데 회의를 하기 때문’ 14.6%, ‘의견을 내는 사람만 내기 때문’ 7.3% 순이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42.1%는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 내 일이 될 것 같아서’가 30.7%를 차지했다. ‘갈등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28.4%,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아서’ 25.7%,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15.2% 등의 답변도 다수였다. 한편 직장인들은 ‘비효율적인 회의’를 일주일에 평균 3.2회 정도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회’가 44.6%로 가장 많았으며 ‘3~4회’ 26.5%, ‘5~6회’ 15.1%,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6%였다.

2.9:1은 무엇일까? 이를 로사다 비율이라고 하는데, 긍정성과 부정성의 비율을 말한다. 바버라 프레드릭슨(심리학자)과 마셜 로사다(수학자)가 60개 기업의 회의 내용을 녹취해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의 사용 비율을 분석한 결과, 그 비율이 2.9 이상이면 번성하고 그 미만이면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말을 한 번 할 때, 긍정적인 말을 세 번 이상 해야 좋은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단어 사용이 서로의 이해를 돕고 조직의 성과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회의, 서서 해보면 어떨까요?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은 미국 내 1백 11개의 회의 운영 실태를 관찰한 결과 의자에 앉아서 하는 회의가 서서 진행하는 회의보다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되는 데 비해, 의사 결정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결과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44세 학생 5명을 한 조로 구성, 56개의 서서 하는 회의와 55개의 앉아서 하는 회의에 참석케 했다. 그 결과 서서 하는 회의보다 앉아서 하는 회의에 34%가량의 시간을 더 많이 빼앗겼지만 서서 하는 회의에 더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앉아서 하는 회의가 더 많은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창조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의에 대한 예의

1. 지각은 없다.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 2. 아이디어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무죄, 맑은 머리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유죄. 3. 누군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땐 마음을 활짝 열 것. 인턴의 아이디어에도 가능성의 씨앗은 숨어 있다. 4. 말을 많이 할 것. 비판과 논쟁과 토론만이 회의를 회의답게 만든다. 5. 회의실 안의 모두는 평등하다. 아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지어 팀장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무자비해야만 한다. 누가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6. 아무리 긴 회의도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7. 회의실에 들어올 땐 텅 빈 머리일지라도 회의실에서 나갈 땐 각자 할 일을 명확히 알아야만 한다. 다음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김민철. <우리 회의나 할까?>(사이언스북스) 중에서

모두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회의 – 자신의 권력을 놓아보자

효율적인 회의에 대해 수많은 조언과 방법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회의가 비생산적이고 피곤하며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장 선진적인 글로벌 컨설팅 회사조차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회사들도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무언의 회의’를 자주 경험하곤 한다. 문제는 회의 형식이나 시간, 장소가 아니라 회의 자체에 있다. 회의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중요한 사회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직급에 따른 힘(회의 권력)과 관련된다. 특히 수직적인 체계,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한 조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회의에서 가장 많은 말을 하는 적극적인 사람은 둘 중 하나다. 그 회사 내에서 직급이 높거나 아예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은 회의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의에서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부장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과장은 위험을 느끼고, 사장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부장은 움츠러든다. 회의 방식을 아무리 선진적인 형태로 바꾸더라도, 회의의 본질적관계가 변화되지 않으면 여전히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된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우리 한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 다 들어줄게”라고 말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또 우리를 괴롭히는구나…” 하면서 힘들어할 뿐이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커피를 마시며 신나게 떠들어대던 사람들이 회의가 시작됨과 동시에 후천적 언어 장애를 겪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매우 어렵다. 누군가 자신의 회의 권력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편집팀 회의에서 편집장이 자신의 회의 권력을 포기해야 다른 부서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회계팀 발표자가 자신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참석자들이 회의 내용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게 되며, 대표이사가 자신의 권력을 근거로 발표자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회의 참석자들이 입을 열게 된다. 결국 회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행복감을 느끼고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하는지 점검해보면 어떨까.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회의에 함께하는 것이 효율적인 회의의 핵심인 것이다.

이준영. 41세. 웹서비스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