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소화가 안 될까?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컨디션이 좀 안 좋을 때도 우리는 흔히 소화제를 찾습니다. 2009년 국내 의료기관의 처방전 중 절반 이상에 소화제가 포함되어 있고, 소화 관련 의약품은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지요.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30% 많은 것으로, 그만큼 우리나라에 소화불량 증세를 겪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화불량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폭식, 과식, 폭음 등의 안 좋은 생활 습관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약을 찾기 전에 답답한 마음부터 뻥 뚫어주면 ‘신경성’ 소화불량쯤은 금세 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의 소중한 위장, 소화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편집자주

곡물 소화에 적합한 한국인의 위장

우리 조상들은 오랜 농경 생활로 쌀, 보리 등의 곡식과 야채를 주로 섭취했다. 또한 젓갈, 김치처럼 발효 식품을 즐겨 먹었으며 가축은 농사의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육류 섭취량은 적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위장은 곡식이나 채소 섭취에 적합하게 발달되었고, 초식 동물처럼 소장, 대장의 길이가 길어진 데 반해 육류를 소화하는 능력은 서구인에 비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육류와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의 소비량이 급격히 늘면서 우리의 소화기관은 변화된 식단에 적응이 어려워졌다. 야근과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의 경우, 기름지고 맵고 짠 음식들이 밤늦게까지 위에 머무르면서 위는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하게 되었고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위암 등의 발병률 증가로 이어졌다.

빨리 먹고, 많이 먹고, 늦은 시간에 먹는 식습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산업화를 겪으면서 많이 잘 먹는 사람이 건강하고 복스럽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또한 직장, 군대, 학교 급식 등 단체 생활을 하면서 빨리 먹는 식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의 식사 시간에 비해 3배 정도 빠른 편이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김도훈 교수팀이 8,700여 명을 대상으로 식사 시간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15분 안에 식사를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식습관은 위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음식물이 섞이고 잘게 쪼개지기 위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은 2~6시간인데 하루 세 끼에 간식과 야식까지 먹는 경우 위는 24시간 쉬지 않고 혹사당하는 것이다. 2010년 우리나라 남성의 암 발병률을 살펴보면 위암이 전체 암 중에 19.6%로 1위를 차지했는데, 직장인 남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과식, 폭식, 야식, 음주와 흡연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위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조 도서_ <위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이승후 | 이상)

검사로는 나타나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

내시경이나 CT 등의 검사로 아무런 증상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1년 중 3개월 이상 소화불량 증상을 겪거나 배변과 무관하게 소화불량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 경우, 이를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흔히 ‘신경성’으로 분류되는 증상이다.

우리나라 전 국민의 5~12%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의뢰된 소화불량증 환자 중 70~92%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나타났다. 주로 상복부 쓰림, 조기 포만감, 만복감, 상복부 팽만감, 구역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위 운동성 저하,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불안증, 우울증, 건강염려증,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증을 유발하고 복통, 설사, 두통, 피로감 등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불안함 버리니 체할 일 없어요

(전주희 / 29세. 기간제 교사. 경북 고령군 다산면)

중학교 때부터 내시경 검사를 받았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자주 체했다. 부모님께서 간혹 싸우기라도 하시면 불안하고 긴장된 마음이 쉽게 해소가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면접을 본다든지, 교장 선생님과 식사를 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 소화가 안 되고 구역질이 났다. 심지어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먹는 경우에도!

‘왠지 체할 것 같은데’ 하면 체했고 ‘체하면 어쩌지?’ 걱정만 해도 어김없이 체했다. 그러다가 그 긴장감이 해소가 되면 신기하게도 말끔히 편해졌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기에 소화불량은 전적으로 내 마음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치료를 받거나 소화제를 찾기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마음을 다스리는 책도 많이 보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그 책을 놓는 순간 내 마음은 또 불안과 긴장에 조종당했다.

그러다 자주 가던 모임에서 ‘마음수련’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 앞에서 실수하는 모습 보이면 안 된다, 일을 빨리, 잘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이 많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마음들과 불편한 상황을 떠올려 버렸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질까 봐 힘들다, 아프다는 표현도, 싫은 소리도 하지 않았고 솔직한 이야기는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상대의 기분을 맞춰줬던 기억들. ‘아무것도 아닌 걸 내 마음에 쥐고 있었구나. 없는 것이구나’를 깨닫게 되자 그런 걱정과 불안들이 버려지면서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그동안 이런 마음들이 가득 쌓여 있었기에 소화도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수련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직장에서도, 여행을 가서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즐겁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을 다스리니 체할 일이 없었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든 마음이 한결같으니 어려웠던 사람과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인의 병 중에서 과반수가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 오는 것이 무수한 ‘신경성’ 질환들인 것 같다. 마음만 잘 다스려도 그런 병은 다 없어진다.

잡념을 줄이면 소화가 잘된다

(서정복 / 한의사, 동평한의원)

현대인의 소화불량은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걱정이나 생각이 많아질 때 어깨나 목이 딱딱하게 굳듯이 오장육부도 영향을 받는데, 단순히 긴박한 상황에서 식사를 하는 것뿐 아니라 식사 중 머릿속에서 딴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도 위장에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준다. 이렇게 위장이 긴장하게 되면 위장 운동이 원활하지 못해 소화불량이 생기고 심해지면 위무력증, 위경련, 위하수도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한의학에서 비장은 생각을 담당한다고 보는데 생각이 많은 만큼 소화할 때 쓰일 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분들 중 70~80%가 스트레스로 인한 더부룩함, 소화불량을 호소하시는데 그럴 때는 원하는 것을 놓아버리든지, 아니면 못 했던 말, 못 했던 일을 뜻대로 해보면서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것을 권해드린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이나 과식, 폭음, 거식증 등 안 좋은 습관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한 다른 합병증의 위험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인 것이 스트레스 관리다.

음식 역시 소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음인이 많아 체질적으로 비위에 열이 많지 않고 소화 능력이 떨어지므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기름지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어 소화를 더 어렵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몸에 좋은 웰빙푸드를 먹는 것보다 스트레스 관리, 식습관과 생활 습관 관리, 규칙적인 운동이 만성 소화불량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국민 소화제 활명수와 까스활명수

활명수는 1897년 세상에 나온 이래 116년간 꾸준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다. 동화약방을 창립한 노천 민병호 선생은 대중 구제에 뜻을 품고 궁중 비방과 서양의학을 접목하여 최초의 신약이자 양약인 활명수를 만들었다. 당시 가장 흔한 병이 소화불량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치하에는 활명수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조달하는 등 우리 역사와 함께해왔고, 지금까지 판매량은 83억 병, 대한민국 국민 4,800만 명이 1인당 170병씩 마실 수 있는 수량이며 빈 병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25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1967년에 출시한 까스활명수는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캠페인으로 브랜드차별화에 나섰고 현재는 99.8%의 인지도로 국민 소화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잡념을 줄이면 소화가 잘된다

· 무 주스: 무는 비타민 A, B, C 외에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많고 섬유질이 풍부해 장내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며 속이 쓰린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무(150g)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무청(50g)과 사과주스(1/4컵)를 함께 넣고 믹서에 간다.]

· 마 주스: 디아스타아제가 무의 3배이므로 소화가 아주 잘되며 변비에도 좋다. [마(200g)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우유(1/2컵)와 함께 간다.]

· 파인애플 주스: 섬유질이 풍부하며 단백질 분해 효소인 브로멜린이 장내 부패물을 분해해주어 고기를 먹은 후 파인애플을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파인애플(200g)과 물(1/3컵)을 함께 믹서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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