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트레스를 풀어드리는 우리가 진짜 ‘엄친아’

집안일을 도와드려요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안에서 하는 일은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6살 때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설거지를 못 하신 걸 보았다. 내가 재밌을 줄 알고 했는데 냄비는 너무 무겁고, 허리는 너무 아팠다. 그때부터 설거지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9살 때 손님이 오셔서 엄마를 도와 하루 종일 요리를 해보았다. 그때도 요리는 재밌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서야 엄마들이 하는 집안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엄마가 팔이 아프셔서 나는 지금도 엄마를 도와 쌀 씻기, 음식물 쓰레기 갖다 버리기, 청소기 돌리기, 빨래 널기, 바닥 닦기 등을 도와드린다. 그런데 가끔 엄마가 너무 많은 일을 시키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그래도 그 일을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깐 엄마들은 아프셔도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 앞으로도 난 엄마가 시키시는 심부름을 날 보살펴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으로 할 것이다.

신미수 13세. 서울 월촌초등학교 6학년

따듯하게 안아드려요

엄마가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시다 퇴근해서 집에 오시면 표정이 어둡고 힘들어 보일 때가 있다. 바로 침대에 쓰러져 주무실 때면 안쓰럽기도 하다. 어릴 때 엄마가 따듯하게 안아주었던 게 좋아서인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엄마가 집에 오면 두 팔을 벌려 안는다. “엄마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빨리 주무세요”란 말과 함께. 가끔 다 큰 자식이 안긴다며 “수염이 까칠하다, 저리 가~” 하지만, 좋아하시는 게 분명하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로하는 나만의 응원가인 셈이다. 엄마의 밝은 미소를 보면 나도 힘이 나는 것 같다.

윤상혁 19세. 서울 현대고등학교 3학년

동생을 돌봐줘요

엄마가 꽃 가게를 하시다 보니 밤늦게 오실 때가 많다. 엄마가 없어서 동생과 밥 차려 먹고 설거지할 때마다 힘들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이해가 갔다. 엄마가 이렇게 힘드니 나한테 짜증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엔 내가 미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엄마가 덜 힘들게 도와드리고 싶어서 내가 동생을 돌보기 시작했다. 동생과 놀아주고, 한글을 가르쳐주고, 씻겨주기도 한다. 동생이 방을 어질러 놓을 때면 “엄마가 지금까지 너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이렇게 하면 어떡해” 하며 오빠로서 충고도 한다.^^ 우리가 집안을 깨끗이 해놓아서, 엄마가 집에 들어오실 때 밝은 표정을 지으시면 행복하다.

송영철 13세. 제주도 서귀북초등학교 6학년

엄마랑 데이트해요

3년 전부터 엄마가 할아버지의 병 수발을 하게 되었다. 매끼 할아버지의 식사를 챙겨드려야 해서 밖에도 잘 못 나가신다. 옛날엔 그런 엄마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아닌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그동안 우리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셨고 이젠 자식들이 다 컸으니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시면 좋으실 텐데, 오히려 우리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때로 되돌아간 거 같아 맘이 아프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기분전환 겸해서 엄마와 영화나 연극 공연을 보러 간다. 하루라도 집안일에서 해방시켜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가 즐겁게 보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기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왜 진작 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서로 공연을 본 소감을 얘기하다 보면 엄마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도 더 잘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보희  29세. 회사원.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수고했어’ 한마디가 아내를 행복하게 합니다

김종신 41세.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주부 역할을 자청한 남자, 남편들에게 고함

나는 전업주부이다. 공무원인 아내가 직장을 계속 다니기로 하며 가장 역할을 떠맡았다. 5살 된 딸을 키우고 가정 일을 하며, 과외를 한다. 이런 생활이 만 2년을 넘어갔다. 전임강사였던 시절 아내와 나는 평일 한 끼 식사도 같이 하기 힘든 상태였다. 아내가 퇴근하면 난 일을 하러 나가야 했고, 아내가 출근할 때 난 잠에 취해 있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아내의 1년 휴직 기간이 끝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육아 문제였다. 아이를 할머니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두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안정적인 아내가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불안정한 직장인 학원 강사였던 내가 전업주부를 하기로 했다.

집안일은 작은 일의 연속이지만 그것이 주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는 주부라면 다 알 것이다. 아침 준비 후 청소하고, 점심 준비하고 빨래하고, 아이와 놀고, 저녁 준비하고 청소하고…. 조금 과장하면 아내가 퇴근해서 아이와 놀아주기 전에는 쉴 틈이 없다. 나름대로 건강한 편인 내가 이렇게 힘들다면 여자인 주부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육체적인 고초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기 시간이 없다는 것,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작아져간다는 것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생활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좋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남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내 입장에서 아내를 보고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오늘도 아내는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하루 종일 집에서 힘들었을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남편을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 소박한 바람을 밖에서 힘들게 일하다 왔다는, 돈 벌고 왔다는 이유로 처참하게 뭉개지 않았으면 한다. 남편이 먼저 “집안일하느라 오늘 수고했어요”라고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고 안아주자. 아빠를 기다렸을 아이들과 진심으로 30분이라도 놀자. 소파에 누워 TV에만 시선을 맞추지 말고 말이다.

직장 일이 힘든 것을 안다. 그러나 집안일도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힘들었을 아내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애정 어린 한마디 잊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편으로, 가장 행복한 아내와 자식과 함께,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