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조용한 내면의 힘

 
우리 사회는 대개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학교,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인재를 키워내려고 한다. 교실 풍경을 한번 떠올려보자. 요즘 아이들은 대개 4~7명이 한 책상에 앉아 얼굴을 맞대면서 수많은 조별 과제를 해내야 한다. 반면, 혼자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문제아라 생각한다. 직장에서 조용한 사람들 역시 내성적인 성격인 자신을 탓하며 외향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2~3 명 중에 1명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 모두 외향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조용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수많은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우리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한 편견은 내려놓고, 각자의 기질을 인정하면서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정리 편집부  참조 도서 <콰이어트>(수전 케인 | 알에이치코리아)

현대 사회가 외향성에
주목하게 된 이유

 20세기 초,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서구 사회는 농업 사회에서 대규모 상업 사회로 변화했다. 그 과정에서 시골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급격한 도시화가 형성되면서 작은 마을에서 소소한 친분을 쌓던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변하기 시작했다. 낯선 도시의 이방인들과 부딪치면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것. 그때부터 적극적인 태도는 성공의 지름길이 되었고, 인간의 외향성은 필수 요소가 됐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이동한 것이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치 않는
브레인스토밍의 한계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그룹 멤버들이 집단으로 아이디어를 짜내는 이른바 브레인스토밍이 매우 효과적인 회의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1963년 미네소타대학교 심리학과 마빈 더넷 교수의 실험 결과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한 24그룹 중, 23그룹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아이디어를 냈을 때보다 혼자일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아이디어의 질도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로 40년간 연구 결과는 놀랍게도 똑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브레인스토밍의 성과는 나빴던 것.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브레인스토밍은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인류 역사 발전에 공헌한
내향적인 사람들

간디, 아인슈타인, 쇼팽, 고흐,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워즈니악….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향적이라는 것이다. 애플 공동 창업자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스티브 워즈니악은 첫 PC를 만들 때까지 늘 혼자였다. 그 외에도 빌 게이츠, 에이브러햄링컨, 마이클 조던, 토머스 에디슨 등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저자 짐 콜린스는 최고 성과를 거둔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며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절제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나타났다고 했다.

내향성과 외향성의 상생 방법
– 자기 내면 성찰 중요

정신분석학자 칼 융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은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면세계에 끌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세계에 끌린다고 한다. 즉, 내향적인 사람은 책을 보거나 혼자 지낼 때 에너지를 충전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타인과 어울릴 때 충전된다.
내향성과 외향성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그 방식을 좀 더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알맞은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하다. 즉, 타고난 장점과 기질에 따라 자유로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 조용히 혼자 집중하면서 있을 수 있는 개인 사무 공간도 조성하는 것이다. 이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픽사같이 창의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에서는 단독 작업 공간이나 편안한 회의실 등 작업에 방해받지 않는 환경 조성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오늘날 개인의 침묵과 명상, 고독은 기업 전체의 상품 개발이나 생산 효율성에 영향을 주기에,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성찰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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