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냄새가 난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글&사진 이용한 시인, 여행가

루앙프라방에 가면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침에 먹는 빵은 맛있을 것이고, 어디서나 메콩강이 음악처럼 흐를 것이다. 가는 곳마다 고양이가 넘쳐날 것이고, 라오스의 미소가 떠다닐 것이다. 언제나 친절한 사람들이 ‘싸바이디!’ 하고 인사를 건넬 것이다. 걱정은 사라질 것이고, 한숨은 날아갈 것이다. 시간은 코코넛 열매처럼 야물게 익어갈 것이다. 마음은 한낮의 스콜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을 것이다. 고요함은 길가의 꽃 피는 소리를 들려줄 것이며, 저녁에는 마시고 싶은 비어라오를 마시게 될 것이다. 루앙프라방에서 가능한 것들은 루앙프라방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줘.

루앙프라방 싹카린 거리에 위치한 왓농 사원은 라오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원이다. 아침 공양이 끝나고 나면 사원에서는 하루 일과처럼 청소를 하는데, 8명의 어린 승려들이 법당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그중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스님 한 분은 법당 바깥의 입구와 계단을 열심히 혼자서 빗자루질하고 있었고, 나머지 7명은 법당 안에서 제멋대로 눕거나 앉아서 청소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아예 한 스님은 천장까지 닿는 먼지떨이를 들고 누워 장난을 치고 계셨다. 이 순간만큼은 승려가 아니라 그저 놀고 싶은,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염불 대신 농담을 하고 불공 대신 장난을 치는 소년들. 청소가 아니라 청소 놀이를 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부처님도 그저 흐뭇해서 미소가 번지실 거다. 그나저나 저렇게 놀기만 하면 이 넓은 법당 청소는 언제 다 하시려나.

우기로 접어든 여름 라오스에는 거의 매일같이 비가 온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비가 내리다 그치고, 잠깐 해가 났다가 다시 비가 내린다. 우기의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잊지 못할 풍경 중 하나는 칸강의 고기잡이 풍경이다.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형의 루앙프라방에는 거대한 메콩강이 북서쪽으로 흘러가고 또 하나의 강인 칸강이 동쪽에서 흘러와 메콩강으로 빠진다. 물살이 거칠고 폭이 넓은 메콩강에 비해 칸강은 비교적 수면이 잔잔하고 폭이 좁아서 루앙프라방의 원주민들은 주로 메콩강보다는 칸강에서 고기잡이를 한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물고기들이 강가로 나오는 습성이 있어 원주민들은 비가 오거나 비가 그친 직후에 고기잡이에 나선다. 비가 오는 날 칸강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고기 잡는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이건 정말 그 자체로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황토 물빛 위에서 그물을 던지고 통발을 건져 올리는 풍경! 하늘색 비옷을 입은 채 쪽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떠나는 풍경! 족대를 들고 물가에서 물고기를 모는 아이들! 그런 풍경을 멀거니 앉아 바라보는 소녀들! 고기 모는 소리, 그물을 던져 허탕을 치고도 기분 좋게 웃는 소리, 통발에 가득한 고기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소리, 칸강에서는 진실로, 사는 소리가 들리고 사는 냄새가 난다.

 

이용한님은 1968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순수한 풍경과 사람, 고양이를 담아온 사진가이기도 한 님은 시집 <안녕, 후두둑씨>, 문화기행서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고양이 시리즈 <명랑하라 고양이> 등을 펴냈으며, 여행 에세이로는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등 다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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