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저는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인데요,

점점 갈수록 일이 많아집니다. 일이 자가 번식을 하는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은 1시간 30분. 운동도 하고, 자기 계발 시간도 갖고 싶은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뻗어버리고 맙니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항상 제자리인 것 같고,

아니 갈수록 퇴보하는 것 같아 우울합니다.

어떻게 해야 운동도 하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의 예쁜 캔디 여주인공은 악녀 등쌀에 못 이겨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철을 들고 복도 코너를 돌다 남자 주인공과 부딪칩니다. 알고 보면 회장 아들이나 손자죠. 얼마 후 남자 주인공은 밤샘 작업에 지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캔디를 위해 초밥을 사들고 옵니다. 족발도 있고 순대도 있는데 꼭 일식집 봉투의 초밥입니다.^^

그럼 이제 현실로 돌아오죠. 일은 많고 자기 계발 시간은 없으시군요. 한마디로 현실에 초밥 사들고 올 회장 아들이나 손자 없으면 회사 일 많은 거 참 피곤합니다. 직장 생활 20여 년 가까이 한 선배로서 감히 말씀 드리면 점점 늘어나는 일에 치일 때는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가 아닌 ‘미룰 일은 최대한 미루라’는 겁니다. 일의 경중을 따져야 됩니다. 지금 고민녀님 나이 때가 직장에서 일이 가장 많을 시기입니다. 지금부터 업무의 우선순위를 항상 따지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남의 할 일까지 하고 쓸데없는 업무까지 하며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일에 치여도 주먹 쥐고 파이팅을 외치며 혼자 중얼거리는 캔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갸는 그러다 지쳐 쓰러지면 안아줄 회장 손자가 있지만, 현실의 나는 피곤한 몸을 의지할 데라곤 출퇴근 버스 안의 손잡이밖에 없으니까요.

82세 되신 저희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화투장 패 뜨기를 하십니다. 치매 예방에 좋다면서. 어떻게 보면 자기 계발을 하고 계신 거겠죠. 자신도 알게 모르게, 크든 작든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게 자기 계발입니다. 지금 당장은 남들에 비해 또는 스스로 처지는 느낌이 드실지 몰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는 시간에 뭔가를 하려고 하면 힘듭니다. 세상에 남는 시간은 없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꼭 만드셔서 작은 계획부터 실천해 보세요. 그리고 세상일 모든 기본은 건강한 몸에서부터 시작입니다. 꼭 짧게라도 운동하세요.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1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초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년 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 좌우명이라고 할 거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말, “지랄도 많이 하면 는다~”를 한 가지 일에 꾸준히 하라는 말로 새기고 살아오고 있음.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