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아온 큰 그릇

사진, 글 서헌강 도움말 고려대장경연구소

수다라장 장경판전을 들어서면 맨 앞쪽에 보이는 건물이다. 정면의 가운데에는 연화무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문을 맞이할 수 있다.

장경각 내부 경판꽂이 각 단마다 약 80장 전후의 경판이 들어 있다. 오랜 세월 경판을 보존해온 비밀의 핵심은 통풍이다. 장경판전 벽면의 아래위, 건물의 앞면과 뒷면에 있는 창의 크기가 저마다 다르다. 내부로 들어온 공기가 맞은편으로 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아래위를 골고루 돌면서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또 바닥을 깊이 파서 소금 숯 찰흙 모래 횟가루를 층층이 쌓아 다졌다. 습도가 높으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가물 때는 바닥이 습기를 내뿜도록 한 것이다.

<대반야경> 600권 종장 8만 장에 이르는 고려대장경 경판은 대부분 산벚꽃나무와 산돌배나무이다. 약 3년간의 가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판목을 세로 24cm, 가로 68~78cm, 두께 2.8~3.4cm 크기로 다듬고, 경판의 앞뒤로 글자를 23행 14자씩 배열하여 새겨 넣었다. 경판의 양끝에는 마구리가 달려 있다. 일종의 손잡이로 판목의 뒤틀림을 방지하고 보관 시 바람이 잘 통하도록 제작되었다.

 

올해는 고려대장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 천 년이 되는 해이다. 천 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을 기념하는 것으로, 거란의 침입으로부터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려인들의 지혜와 역량이 총결집돼 1011년 판각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을 거쳐 완성된 대장경이 몽고군의 침입으로 소실되자, 1236년에 다시 제작하였다. 그것이 바로 해인사에 있는 고려재조(再雕)대장경이다.

7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완벽한 목판본으로 남아 있는 고려재조대장경(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목판대장경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목판은 81,238판으로, 대장경 목판을 한꺼번에 쌓으면 그 높이가 약 3,20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으며, 길이로 이어 놓는다면 150리(약 60km)에 달한다. 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經)·율(律)·논(論)의 삼장(三藏)을 집대성한 것이다. 석가모니가 제자와 중생을 상대로 설파한 내용인 ‘경’, 제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 조항과 공동생활에 필요한 규범인 ‘율’, ‘경’과 ‘율’에 관해 읽기 쉽게 주석한 ‘논’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 역사, 그림, 설화, 사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인문·서지학 등 이외에도 중요한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보물 창고이기도 하다. 고려대장경은 오늘날에도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세계 유네스코는 1995년 경판을 봉안한 장경판전 (국보 제52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2007년 고려대장경판(국보 제32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해인사 장경판전 해인사 장경판전은 13세기에 만들어진 세계적 문화유산인 고려재조대장경판을 보존하는 보고로서 해인사의 현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장경판전은 정면 15칸이나 되는 큰 규모의 두 건물을 남북으로 나란히 배치하였다. 장경판전 남쪽의 건물을 수다라장, 북쪽의 건물을 법보전이라 하며 동쪽과 서쪽에 작은 규모의 동·서 사간판전이 있다.

 

서헌강님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샘이 깊은 물>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다가 1986년 ‘고교생활전’을 시작으로 ‘보트피플’(1989), ‘도자예술의 혼’(2001), ‘신들의 정원’(2011) 등 다양한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왔습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문화 다큐멘터리 관련 사진을 주로 촬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중요무형문화재 시리즈 <제와장> 외 18권, 빛깔 있는 책 시리즈 <계룡산> <한국의 탈> <우리 놀이 백 가지>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