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학교 간호학과 김미한 교수

경일대학교 간호학과 김미한(41) 교수는 2년 동안 마음과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마음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 우울, 불안 지수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합니다. 때문에 위기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불안과 화, 짜증 등의 극한 감정을 고스란히 받는 간호사들이 보다 좋은 간호를 하기 위해서는 마음수련 프로그램을 반드시 간호 교육에 도입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삼십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죠. 주위에서도 많이 부러워했어요. 저도 빨리 꿈을 이뤄서 너무 좋았어요. 근데 그건 잠깐이고, 별로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여전히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뛰어야만 하는 삶….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경쟁, 비교하며 살다 보니 만족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간호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수업을 듣고 있었을 때 교수님께서 건네주셨던 마음수련 책자가 문득 떠올랐어요. ‘인생의 쉼표를 찍어보자’는 말이 맘에 와 닿아서 2002년 여름 방학 때 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항상 저는 내일은, 또 이번 주에는, 무엇을 해야 되는지 계획을 세우고 앞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3교대 근무할 때도 하루 24시간이 응급실 근무, 잠, 공부로 채워졌습니다. 그런 생활은 교수가 돼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업 준비, 학과 일, 학생 상담 등 여전히 쳇바퀴 도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간호사란 직업은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명감보다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 교수를 꿈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못마땅했습니다. ‘성적이 좋아야 좋은 병원에 취직하고 보다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제가 지위와 명예를 추구하던 방식 그대로 학생들도 따라오길 바랐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이 정답인 양 학생들에게 강요했던 모습, 게다가 교수라는 직함에 익숙하여 항상 남에게 지시하기 급급하였지 거기에 겸손은 없었습니다.

항상 경쟁하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논문 발표를 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오직 김. 미. 한. 이름 석 자를 드러내기 위해 살아온 삶이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건지…. 수련을 통해 이름 석 자를 지워나갔습니다.

그동안 나만 생각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살았던 삶이 참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간호사는 환자가 가장 힘들고, 위급한 상황일 때 처음 만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간호사가 피곤하고 힘들다고 해서 환자의 이해를 요구하거나 하소연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는 늘 간호사보다 더욱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환자들의 불안과 짜증, 화를 고스란히 받는 간호사에게 평정심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마음수련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우리가 본성을 되찾으면 모두가 하나임을 알기에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풀릴 거란 확신이 생겼다는 겁니다.

단지 간호 처치를 기술적으로 잘하는 간호사를 넘어서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인간호를 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함이 아닌,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라야 의미 있다는 인생의 큰 해답을 얻은 것이, 저에게도 가장 큰 행복이었듯이 말이지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임종을 앞둔 환자나 암 환자,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아픈 환자를 대상으로 마음수련 명상을 적용한 간호를 개발, 적용하여 환자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편안한 간호를 받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