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국문화원 강사 조용희씨의 마음 빼기 이야기

 

프랑스의 한국문화원에서 10년간 한국어를 가르쳐온 조용희(54)씨. 때론 프랑스 학생들에게 상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엄마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덕에 그녀는 ‘인기 많은 한국어 강사’다. 마음수련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지내며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불안함 속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을 찾았다는 조용희씨. 지난 7월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녀에게서 마음과 인생 이야기, 행복의 비결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리 & 사진 김혜진

저는 10년 전부터 프랑스의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 5년 전부터 프랑스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특히 K-Pop에 대한 관심이 말도 못 하죠. 그러다 보니 100명 안팎이던 학생 수가 지금은 400명으로 늘어났어요.

학생들도 17세 젊은이부터 70세 어르신까지 다양한데, 그중에는 6, 7년 넘게 함께해온 분도 있고, 차로 5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오는데도 1년간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는 분들도 있죠. 그러다 보니 학생이라기보다는 정말 가족 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특히 지난 6월, 종강 파티가 있었는데 초급반 학생 40여 명이 옷을 맞춰 입고 한국어로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었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어 수업이란 게 재미없잖아요. 딱딱한 문법 설명이 많고, 외워야 하는 것도 많고. 근데도 잘 따라주는 학생들이 고맙고, 요즘은 수업을 하면서도 언제 끝났나 싶게 스트레스 없이 하는 제 자신이 놀라워요. 이렇게 된 데에는 마음수련의 영향이 컸어요. 마음수련은 2004년 지인의 소개로 하게 됐죠. 이런저런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프랑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그해 가을 프랑스로 유학을 오면서였어요. 제가 간 도시는 끌레르몽페랑인데, 교수님께서 그곳에 있는 대학을 추천해 주셨거든요. 한국 사람이 거의 없어서 불어가 금방 늘 거라고 하시면서. 프랑스의 정 가운데 있는 산악 지방, 화산 지대인데 진짜 한국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때 전 혼자 살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거든요. 늘 부모님과 살아서 밥도 못 하는 바보였고, 일상생활 언어를 겨우 할 정도여서 수업 시간엔 알아듣기 어려웠어요. 특히 주말이면 프랑스 친구들은 집에 가고 큰 기숙사 건물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방문을 열 때면 마치 방 안의 공기가 나를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외로움이 컸어요.

하지만 무사히 6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내가 겪은 생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1987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결혼을 하고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됐는데, 한 6년간 남편의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살아야 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애요. 돈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외국 땅에서 아이들 셋과 먹고사는 일이 막막했거든요.

힘든 나날이 계속되면서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죠. 남편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고, 저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큰아이가 프랑스 국적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건 외로움, 불안함이에요. 저 역시 남편 직장과 아이들 때문에 프랑스에 가서 그런지 마치 뿌리가 없는 삶을 사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언제나 난 여기를 떠날 사람이다, 생각하는데 막상 한국에 가면 그곳도 내가 상상한 곳이 아닌 거예요.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었죠. 그래서인지 수련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오랜 기간 외국에 살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제겐 꼭 풀어야 할 숙제와 같았거든요. 그렇게 마음수련 방법대로 산 삶의 기억들을 떠올려 하나하나 버리다가 ‘아, 우주가 나였구나!’ 알게 되는 순간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마음을 비우며 깨달은 건 언제나 불안했지만, 실제로 나한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예요.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매끼 잘 먹고 있고, 보람찬 직업도 가지고 있고, 너무 잘 지내는데도 왜 그리 힘들어했는지 나중엔 전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알게 됐죠.

‘아, 나는 현재를 살지 못했구나. 내 마음에 갇혀 바보처럼 살았구나. 신은 인간을 행복하게 살라고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쁨조차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구나.’

수련을 하며 제일 좋았던 건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냥 살게 되었다는 거예요. 성서에 보면 하늘에 나는 새에게도 먹을 음식을 다 마련해주신다는 말씀이 있잖아요. 내가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순간에도 먹을 게 주어졌고 잘 지냈음에도 결국 믿지 못했던 거죠. 내 마음 때문에.

그 마음들을 하나하나 버리자 마치 처음으로 눈을 뜬 기분이었어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꽃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이 세상을 생전 처음 보는 거 같았어요.

봄이 오면 파리는 그야말로 마로니에 천지에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유 있게 걸어가는 사람들도 아름답고 이런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합니다~” 그런 소리를 매일 하고 다녔어요. 그 이후로는 프랑스, 한국, 한국 사람, 프랑스 사람… 구분 짓던 경계선이 허물어지면서 어디에 있어도 정말 편안합니다.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요.

예전엔 성서를 읽을 때마다 이렇게 살면 좋겠다 바라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모습에 무기력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이젠 그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빼야 그 말씀대로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란 성서의 구절도 마음을 깨끗이 닦아야 천국에 날 수 있고, 저절로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마음수련이 좋았던 건 제 손을 잡고 마치 동반자처럼 한 발, 한 발 같이 가주었다는 점이에요. 마음수련 방법대로 하면 어른이건 아이건, 누구나 평등하게 그 행복의 자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행복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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