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한국문화원 ‘사랑채’ 운영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

사라진 잉카문명의 마지막 걸작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여행가라면 꼭 들른다는 페루의 쿠스코.
한국에서라면 꼬박 하루를 넘게 날아가야 하는 페루 쿠스코에도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곳이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까사 꿀뚜랄 뻬루 꼬레아(Casa Cultural Peru-Corea)로 불리는 한국문화원 ‘사랑채’입니다.   
취재 문진정

이 문화원을 만들고 운영해온 사람은 한국인 길동수(50), 박은미(39) 부부입니다. 2004년 당시 한국에서 ‘잘나가던’ 도예가와 도자기 회사 직원이었던 이들은 한국국제협력단의 봉사대원으로서 페루의 쿠스코에 오게 됩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쿠스코의 코라오 마을 사람들은 농사짓고 가축을 키우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가진 잉카 문양에 한국의 도자 기술을 결합하여 훌륭한 도자기를 생산한다면 현지인들에게 더 나은 생활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었지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타문화에 대한 불신이 큰 걸림돌이었지요. 그럴수록 길동수, 박은미 씨는 끈질기게 설득하고 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결국 1년 만에 원주민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은 코라오 도자기 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서로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부부의 연도 맺게 되지요.

이후 이 부부는 열심히 일군 도자기 학교를 현지인들의 손에 넘겨준 뒤 현지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리하여 현지 여행사와 한식당 등을 운영하며 모은 수익으로 작년 가을 한국문화원 ‘사랑채’를 열었습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매매 등에 노출된 페루의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놀이 문화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지요.

때마침 페루에도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었고 페루를 여행하는 한국인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를 가르치고, 중창단을 만들며 사회 복지도 실천하는 문화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오후에는 한글, 요리 수업에다 아이돌 그룹까지 공부하느라 바쁜 동수씨 부부는 주말마다 손수 빵을 만들어 노숙자에게 나눠주는 일도 7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전하는 것은 단순한 한국의 문화를 넘어 함께 나누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기에 하루하루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동수씨는 코라오 도자기 학교가 그랬듯 문화원도 현지인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문화원에서 배출한 학생들이 직업을 갖고, 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은 보호받으며 공부방, 놀이방, 문화센터로 작게나마 사회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날을 위해 오늘도 동수씨는 일을 벌이고, 은미씨는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며 알콩달콩 즐거운 사랑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꿈을 갖고 노력하면 다 되더라고요. 제가 가진 능력은 여기 아이들하고 나눠 쓰면 되고 이 아이들이 가진 여유와 행복한 마음을 제가 또 배우고요. 그렇게 함께하는 게 세상살이인 거 같아요.”

2004년 한국국제협력단의 봉사단원으로 페루의 쿠스코를 방문한 길동수 박은미 씨는 2007년 결혼한 뒤 2009년부터 민박집, 한식당을 운영해왔습니다. 현재는 아들 도영(2)군까지 세 명이 함께 쿠스코에 정착하여 한국문화원 ‘사랑채’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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