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1월 1일 아침에 세수할 때의 그 마음

최근 한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서 ‘입사 때 가졌던 초심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평균 11.6개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합니다. 재밌는 것은 남자가 여자보다 최고 1년 6개월 정도 더 초심을 유지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약 80% 정도의 사람들이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슬럼프 탈출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고 하네요. 새봄을 맞으며 초심(初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편집자 주>

언제나 5%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부족한 5%를 채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진행자로 살아남은 유일한 비결이다.

– 오프라 윈프리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시인 정채봉

언제나 초보자의 마음, 처음 시작하던 때의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초보자의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다. 겸손한 마음은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높임을 지양한다. 나는 언제나 초보이고, 실력이 미천하기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자. 그 안에 내가 진정 올라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 유영만 한양대 교수. <내려가는 연습>의 저자

초심은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나는 무엇을 얻었다’는 생각이 없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모두 우리의 광대한 마음을 제한한다. 무엇을 성취했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 자기에 대한 생각이 없는 사람, 그것이 진정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다.

– <선심초심>(스즈키 순류 / 물병자리)에서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들에서 사냥을 하던 중 어떤 목동을 만나게 되었다. 왕은 첫눈에 그가 성실한 사람인 것을 알아보고서 그를 왕궁으로 데리고 왔다. 과연 그는 모든 일에 충성스러웠다. 왕은 그를 왕궁의 재산 관리인으로 세웠다. 그러자 신하들이 그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신하들은 그를 책잡기 위해 살펴보았지만,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그가 이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있었다. 왕궁 꼭대기에 있는 창고에 아무도 모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오곤 하는 것이 아닌가. 또 그 창고의 열쇠는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맡기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다. 신하들은 그가 왕의 재물을 그곳으로 빼돌리는 게 틀림없다고 여기고 왕에게 고자질을 했다. 왕의 허락을 받은 그들은 그곳을 열어보았다. 그들은 그 속에 보화가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조끼 한 벌과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신하들의 보고를 받은 왕은 그 신하를 불러 물었다. “그대는 왜 그 보잘것없는 것들을 보물인 양 그 속에 감추어 두었는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 제가 폐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제게는 그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폐하의 은혜를 잊어 버리고 제 마음이 높아지려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폐하의 은혜를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올해는 경찰이 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경찰 시험에 합격하던 날, 그 날의 감격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학 졸업 후 일반 직장에서 임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도전하게 된 경찰 시험. 다행히 경찰직은 한때 여군이 되고 싶었던 내 적성에도 맞는 일이었다. 그때는 ‘여경만 된다면 오지, 아니 무인도 그 어디라도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실한 꿈이었다. 2번 떨어지고 마지막 3번째 도전할 때는 정말 목숨 걸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22:1의 경쟁률을 뚫고 5차에 걸친 신체검사, 필기시험, 체력 검정, 적성 검사, 면접시험을 거쳐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경찰이 되어 파출소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음주 단속도 하고, 오토바이 절도범을 추적하는 등 패기 있게 활동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신임 시절 갖고 있던 꿈과 열정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신임 시절을 떠올리며 책상 서랍 깊숙이 놓여 있는 당시의 일기장을 보곤 했다. 신임 첫 발령 후 근무한 지 한두 달 남짓, 마음을 다잡아본다며 끄적거렸던 일기. 지금은 내 안위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땐 무모하리만큼 용감했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각오도, 사명감도, 다짐도 대단했던 때였는데….

그렇게 마음이 나태해질 때마다 신임 경찰일 때의 다짐, 일기 내용을 떠올리며 순간순간 채찍질한 덕분일까. 운이 좋게도 올해 초 승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엔 형사들을 지원하는 내근 요원에서 경제사범을 조사하는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모두 바뀐 환경과 업무. 다시 초심이 필요한 이때, 파출소로 첫 출근했던 그 설렘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 최미옥 경사. 38세. 구리경찰서 경제범죄 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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