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삶을 위해 떠나온 마음 여행길,그리고…내가 찾은 것

노현정 39세. 의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주

2011년 7월 저는 한국의 논산에 있는 마음수련 본원을 찾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마음수련을 시작했지만, 보다 수련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진짜 나를 찾아서 진짜로 사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은 다섯 살 때 파라과이로 이민을 왔습니다. 한의사인 아버지는 마음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분이었습니다. 우리 몸도 자연이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방법을 찾아서 하는 것이 진짜 치료라고 하셨고, 많은 연구 끝에 어려운 병들도 많이 고치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키웠고, 저 역시 10년 넘게 환자를 치료하면서 몸의 병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게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의사인 오빠와 함께 소아들과 어른들의 내과 증상을 치료하다, 2009년부터는 직종을 바꿔 에스테틱 분야의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칼을 대는 성형이 아니라, 보톡스 등을 이용해 외모를 예쁘게 해주는 것인데, 대개 오시는 분들을 보면 겉으로는 예뻐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엔 마음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을 젊은 여자한테 빼앗긴 충격에 심하게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 미인인데도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 주름살이 없는데도 주름살을 펴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는 사람들까지….

“마음을 편안히 가지세요” “그런 마음을 버려보세요” 조언해주었지만, 의사인 저조차도 내 마음을 어떻게 하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늘 어려움을 느껴왔습니다. 그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건 2008년, 마음수련을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수련을 하는데 처음 파라과이로 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동양 사람이라며 원숭이 쳐다보듯 이상하게 보는 게 싫어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들. 아이들을 좋아해서 소아과를 전공했지만, 아픈 아이를 보는 게 고통스러워 전공을 바꿨던 기억,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늘 엄마 아빠, 형제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다 보니 별거 아닌 일로도 쉽게 상처받고 오해하고 울던 기억들이 펼쳐졌습니다.

그 속에 ‘나밖에 모르는 나’가 있었습니다. 가족,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내게 조금만 잘못해준다 싶으면 냉정하게 관계를 끊어버리던 모습. 늘 받고 살았지만, 내가 잘해서이니 당연한 줄 알았고 한 번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당연히 잘못했다는 소리도 할 줄 몰랐습니다.

가만 보면 저는 집착 덩어리였습니다. 내 물건, 내 가족, 내 친구… 바늘 하나도 내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해지면, 나를 배신했다며 상처받곤 했습니다. 의사가 된 후에도 항상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살았습니다. 의사로서 이렇게 해야 한다, 옷은 이렇게 입어야 한다, 명예, 자존심, 미래…. 늘 이런 것들에 구속되어 그 안에서 혼자 상처받고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항상 잘해야 한다, 멋진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 불안하고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수련을 하며 그 모든 것들이 허상임을 알게 된 저는 그 ‘가짜’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 바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 고민하며 살았구나, 내 마음세계에서 살았을 뿐, 한 번도 진짜로 살아본 적이 없었구나…. 항상 내가 잘난 줄 알고 내가 만든 세계에서 왕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구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이 세상이 부족한 나를 참 많이 품어주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변해갔습니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많이 활발해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부끄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졌습니다. ‘이게 잘못되면 어떡하지…’ 끊임없이 걱정하고 매이던 과거와 미래의 고민 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희망도 생겼습니다. 이제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마음을 버리는 방법이 있다는 걸 얘기해줄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새 모든 것이 다 감사했습니다. 버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하고, 밥을 먹어도 감사하고, 이 하늘을 보고 있어도 감사하고,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나를 찾아주는 환자들에게 감사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영농 수련이라는 것도 해보았습니다. 깨밭, 고추밭, 자연 속에서 수련생들이 함께 먹을 야채를 가꾸며 나를 버리는 수련을 하는 겁니다. 땅을 밟고, 자연 속에서 영농 일을 하며 나를 버립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오히려 몸에 에너지가 더 차올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고 기운이 생기는 게 놀라웠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움직일 때 우리 몸은 진정한 생기로 가득 찰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환자들에게도 영농 수련을 해보게 하고 싶습니다. 몇 개월간 수련에 집중하며 나는 더욱 나에게서 벗어났고, 남을 의식하던 틀들도 많이 깨졌습니다. 무슨 옷을 입고,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의식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산다는 것이 이거구나, 진정한 평화를 깨친 것이지요.

저는 이제 곧 아르헨티나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곳에 가면 환자들에게,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이 마음의 평화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진짜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진짜 삶이란, 나의 마음세계에서 벗어나서 이 세상에 사는 것입니다. 가짜인 내가 하나도 없으면 나는 그냥 우주이고, 그 우주마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 마음으로 보면 세상의 이치를 다 알 수가 있고, 참으로 자유롭고 기쁘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누구나 이 수련을 통해 진짜 삶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노현정 님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섯 살 때 파라과이로 이민, 파라과이에서 초중고를 다닌 후 아르헨티나 꼬르도바국립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소아과 의사로 근무했으며, 2008년 전공을 바꿔 부에노스 아비세나대학원에서 ‘에스테틱’을 2년간 공부했습니다. 2008년 마음수련을 시작한 님은 병원 개업 준비 중 마음수련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지금 한국 본원에서 수련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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