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최고의 안전 요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우리 학교에는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계시다. ‘배움터 지킴이’는 2006년 학교 폭력의 예방을 위해 처음 생겨난 제도로, 현재 많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주로 공직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정년 퇴임을 하신 분들이 하고 있다. 모든 직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회봉사 개념을 곁들인 ‘배움터 지킴이’는 하는 분에 따라서 역할이나 기능이 천차만별이다. 지킴이 교사에 대해 이웃 학교에서 전해 오는 소문이 별로 좋지 않을 때도 더러 있다. 퇴직 관리자 출신인 경우, 상전 아닌 상전으로 교사들 위에 군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하신다. 학교에 오신 지 만 3년이 되셨는데 늘 한결같다. 많은 학교가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과 차도의 구분이 명확지 않다. 모 학교에서는 복잡한 등교 와중, 교사의 차에 학생이 다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부형님들이 교대로 교통 지도를 해주시기도 하지만 좀 더 전문적인 담당자가 필요한 현실이다.

출근할 때 교문 앞에서 처음 마주치는 분이 학교 지킴이 선생님이시다. 교통 지도 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아주 숙련된 솜씨로 교통 지도를 하신다. 등교 학생과 출근 차량의 위험한 접촉이 없는지 좌우를 살피며, 교통경찰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뿜으신다.

등교 지도가 끝난 다음엔 교실 복도와 교문 입구 초소를 순간 이동하시며 하루를 보내신다. 교실에 담임 선생님이 임장해 계시는 초등학교와 달리, 선생님이 안 계시는 중학교의 쉬는 시간은 가히 무법천지다. 좁은 복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몸을 부대낀다. 소리 지르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창문턱에 앉아 바깥쪽으로 위험하게 몸을 기울이며 ‘묘기대행진’을 펼치는 아이 등 교사들이 철수한 빈 공간을 아이들이 순식간에 점령해 버린다.

‘이출이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언제나 한결같으신 모습에 존경을 보냅니다.’
이출이 선생님께는 박영숙 교사의 마음을
담아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

‘나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그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담은 편지도 좋습니다.
소개된 분께는 꽃바구니 혹은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

장난꾸러기 악동들의 정글 속에서 지킴이 선생님은 마치 어린 타잔을 다스리는 어른 타잔처럼 종횡무진 복도를 누비신다. 과한 장난을 말리고, 혹시 싸우는 아이들이 있는가를 살피신다. 종이 쳐도 망아지처럼 쏘다니는 아이들을 교실로 들어가게 하는 푸시맨 역할도 하신다. 학교 폭력이나 사고가 일어나는 시각이 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인데, 교사들이 없는 위험한 시간대를 지킴이 선생님이 잘 지켜주시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재빨리 교문으로 이동하셔서 방문객을 살피신다. 잡상인이나 이상한 방문객으로 고초를 겪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교문 역시 비워둘 수 없는 지킴이 선생님의 주요 근무 영역인 것이다.

한 사람의 훌륭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한 분의 성실한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이 존경하고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철부지 같은 우리 학생들도 그것을 안다.

어쩌다 봉급 이야기가 나와서 지킴이 선생님의 적은 보수를 미안해하면 손사래를 치신다. “제 나이에 다른 데 일자리가 쉽습니까? 봉사한다고 생각해요. 연금도 있으니까 월급 작아도 괜찮아요.”

아이들과 부대끼는 게 힘들 때 늘 아이들의 파도 속을 넘나드는 지킴이 선생님을 생각한다. 지킴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할 때, 3년 동안 무사히 잘 마치고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들고 정문을 나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하신다.

학교에 관한 암담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잇따르면서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은 바윗돌에 눌리는 듯, 엄청난 무게감에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드센 바람과 거센 비에도 피어나는 풀과 자라는 나무처럼 성실히 학교 공간을 지키는 이런 분들에게서 다시 희망을 본다.

박영숙 교사.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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