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1%의 우정

정말 오랜만에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내내 머금게 만든 영화를 만났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 곁에도 드리스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제멋대로이고, 깐족거려도 저렇게 유쾌한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도 저절로 행복해질 것 같다. 1%의 우정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상위 1% 귀족남 필립과 하위 1% 무일푼 드리스의 우정을 그리면서 인종차별과 소통에 대한 화두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후, 하루 종일 그를 돌보아줄 도우미를 찾는 중이다. 면접 자리에 방금 막 출소한, 가진 거라곤 건강한 몸밖에 없는 하위 1%의 드리스(오마 사이)가 나타난다. 단지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서류에 도장만 찍으러 왔던 드리스는 거침없고 자유분방하다. 그런 드리스에게 필립은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드리스는 필립의 화려한 집과 넓은 욕실에 반해 버린다.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간다. 상위 1%와 하위 1%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필립과 드리스는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아 보였고, 서로의 삶의 방식이 달랐던 이들이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도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좋고 싫음의 내색도 거침없고, 매사가 제멋대로인 드리스에게 호감을 가지면서도 고용주로서 적절히 통제하려 드는 필립을 드리스는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필립을 돌보아준다.

필립과 드리스의 문화적 충돌 상황은 영화를 더욱 유쾌하게 한다. 고가의 미술품을 가지고 이야기하던 장면도, 오페라를 보러 간 장면도, 가족들이 필립의 생일을 맞아 오케스트라를 집으로 불러 클래식 연주를 하던 장면도 그렇다. 상대방의 취미를 존중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자체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들이 지나고,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젠틀하고 항상 바른 생활만 했을 것 같던 필립에게 드리스는 지겹고 답답한 집안에서의 생활 대신 일탈의 짜릿함을 안겨주고, 건강한 몸 말고는 잘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던 드리스에게 필립은 물질적 도움은 물론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음을 인정받게 해준다. 장애와 비장애, 빈과 부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었던 둘은 어느새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가 된다.

투박하고 거칠기만 할 것 같았던 드리스에게선 어설프지만 늘 최선을 다해 필립을 도와주려 했던 따뜻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고, 깐깐하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았던 필립에게선 천진난만하고 개구쟁이 같은 미소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란 그런 건가 보다. 내게 없는 것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게 하는 존재. 때문에 친구와 손잡고 가서 보면 더없이 괜찮을 것 같다. 억지스러움도, 신파도, 블랙 코미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담은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렇게 따뜻한 봄날 같은 영화다.

정지희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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