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얗게 빛나는 하얀 굴젓의 기품

저의 집은 외가는 내지, 친가는 바닷가였습니다. 덕분에 내륙 음식과 해산물을 다 접해볼 수 있었지요. 어릴 적 친가에 가면 종지에 양념되지 않은 하얀 굴젓이 올라왔습니다. 첫 친손자로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저는 백일이 지나고부터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할아버지 밥상을 공유했는데요, 특히나 굴젓을 잘도 받아먹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하얀 굴젓을 다시 먹어볼 수가 없었지요. 레시피를 찾다가 할머니 댁에서 가사를 도와주셨던 ‘성관이 아지매’가 생각났습니다.

“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 정복입니다.” “아이고~ 반갑다야, 니 인자 몇 살이고?” (중간 생략)

“굴젓은 말이다, 생굴을 사다가 소금에 절여가지고 일주일만 두면 된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소금에만 절여도 물이 충분히 나오고 일주일간 실내에 두면 숙성이 딱~ 알맞다.
그 뒤에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먹을 때는 무를 얇게 썰어가지고 같이 먹으면 시원하고 좋지.”

 

보통은 굴 1kg에 소금 3큰술이 적당합니다.
일반 소금 대신 해독 작용을 돕는
죽염을 사용하면 더욱 좋답니다.
죽염은 반 큰술 더 넣어주세요.

12월이 제철인 굴은 폐와 피부에도 좋고 칼슘이 많아서 뼈에도 좋습니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찬 음식이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젓갈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찬 성질의 해산물을 숙성시키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할 뿐더러 위장이 찬 사람도 잘 먹을 수 있도록 발효가 됩니다. 여기에 고추나 무 등의 맵고 따뜻한 성질의 양념이 첨가되면 비린 맛도 없애주며 한열,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 우리 몸을 더욱 이롭게 해준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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