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우리나라와 닮았네!

글&사진 이동춘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동쪽으로 240km 떨어진 얀트라강 상류에 있는 벨리코 투르노보(Veliko Tarnovo)는 불가리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이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이곳은 중세 시대 불가리아 왕국의 수도(1185~1396)였고,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과거가 잘 보존되어 있다. 중세 도시를 연상시키는 차르베츠 언덕 위의 난공불락의 요새,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뾰족한 모양의 교회 등 동화 속 나라 어딘가에 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얀트라강이 우리나라의 안동 하회마을처럼 도시 중심의 협곡을 통과하여 굽이쳐 흐르고, 강을 따라 작은 집들이 절벽 위나 경사진 곳에 잘 지어져 있었다. 기복이 심한 지형과 풍부한 녹지, 전통적인 빨간 지붕에 흰 벽의 집들이 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차르베츠 요새로 가는 길. 고성 입구에는 십자 무늬의 방패를 든 돌사자상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곳은 얀트라강 위에 있는 차르베츠 언덕의 도개교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천혜의 요새와 같은 성이다. 성안에서 바라보니 왼쪽 멀리 열차가 지나간다. 성 밖을 나오자 골목 마을엔 예술품·공예품을 볼 수 있는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장인들은 개인 공방을 운영하며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들을 판매한다. 과거 우리 가내수공업을 연상시킨다. 주말의 나른한 오후, 마을엔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퇴근 후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KOREA”라고 대답하자,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자면서 주변에 있던 마을의 아이들이 뛰어온다. 순간 당황했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여기저기서 부를 땐,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뿐만 아니다. 택시를 타거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볼 수 있었던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한국 제품을 보면 뿌듯함과 함께 우리나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벨리코 투르노보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아르바나시(Arbanasi)를 찾아갔다. 지금도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수백 년을 이어오는 80여 채의 불가리아 전통 가옥들이 있는데, 그중 36개가 불가리아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돌담길과 목조 건축물들, 500년 전에 축조한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의 모습 역시 우리 한옥과 많이 닮아 있었다. 한옥의 계자난간, 대청 위 대들보, 한옥 대문 문고리의 둥근 손잡이, 잘 쌓아 올린 돌담길과 골목, 기와 얹은 지붕의 암키와, 수키와 모양 등등. 또한 한결같이 돌을 가지런하게 쌓은 불가리아 전통 마을의 담장은 우리네 시골 돌담길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저곳에서 불가리아와 우리나라의 닮은 점들을 발견하다 보니, 문득 신용하 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장한 ‘불가리아의 원조상은 부여족’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들도 우리처럼 일부 사람들은 몽고반점이 있고, 불가리아의 동검과 우리 경주박물관에 보관된 동검이 매우 흡사한 데다 도자기의 문양 또한 우리 분청사기의 문양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기와 얹은 집들 사이로 돌담길을 걷노라니, 마치 우리나라의 옛 한옥 마을에 온 듯했다.

사진가 이동춘님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신구대 사진과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1987년부터 10년간 출판사 디자인하우스에서 에디토리얼 포토그래퍼로 일하며 여행, 리빙, 푸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현재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종가 문화 사진을 촬영하며 선현들의 의(義)와 정신을 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사진집으로 <차와 더불어 삶> <한옥, 오래 묵은 오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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