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장사는 아니지만 베풀면서 살자던 시어머니 말씀 따라요

세상 물가 다 올라도 국밥 한 그릇에 2,000원

서울 종로구 낙원동 권영희씨네 국밥집

취재 문진정 사진 홍성훈

치솟는 물가. 커피 한잔 값도 5천 원이 훌쩍 넘는 요즘, 단돈 2천 원에 따뜻한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세상 물가가 다 올라도 여기는 안 오른다’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국밥집 ‘소문난집 추어탕’이다. 간판은 ‘추어탕’이지만 지금은 소뼈와 우거지로 푹 고아낸 국물에 손두부를 넣어 끓인 ‘우거지얼큰탕’ 한 가지만 팔고 있다.

“추어탕은 없고, 우거지얼큰탕~ 2천 원이에요. 맛있어요.”

매일 새벽 4시에 문 열기, 하루 종일 손님에게 해장국 떠드리기 40년째라는 권영희(65)씨가 바로 이집 주인. 허술한 건물에 싼값이라고 맛까지 허투루 본다면 섭섭한 말씀이다. 예술가, 탑골공원에 바람 쐬러 나오신 어르신들,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친구와 자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 너무 싼 가격에 반신반의하며 들어온 손님들까지,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 맛에 감탄하기 때문이다. 워낙 오랜 단골이 많아 20년 된 손님 정도는 ‘얼마 안 됐다’며 겸손해지게 만드는 곳이니, 새내기 손님들은 그야말로 엄지를 치켜들 뿐이다.

“국물이 얼큰한 게 진짜 맛있어요. 가격도 고맙고(웃음). 밥은 먹어야겠고, 돈은 별로 없고, 그럴 때 이렇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마워요. 특히 겨울엔 우리같이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덜덜 떨거든요. 그럴 때 여기 와서 우거지탕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뜨듯하면서 살 것 같죠.” (퀵서비스 기사 이승용, 56세)

권영희씨의 식당 이야기를 듣자면 시어머니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57년 전, 한국 전쟁 때 피난을 온 시어머니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추어탕 집을 시작한 것.

시집오자마자 어머니를 도와야 했던 권영희씨에게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식당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다. 당시 추어탕 가격도 400원으로 다른 식당의 절반 수준이었다. 배고픈 시절을 겪으셨던 시어머니는 ‘우리가 비록 대단한 장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웃에게 베풀면서 살자,그게 다 훗날에 복이 된다’며싼 가격을 유지하셨다. 시어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권영희씨는 어머니의 그 뜻까지도 이어받고자 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이 물가가 계속 오르자, 권영희씨는 추어탕에서 우거지얼큰탕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비싼 미꾸라지 대신 새벽같이 도매시장에 직접 가서 구할 수 있는 걸로 국밥을 만들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격 올리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어르신들, 어려운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미안해서 못 먹겠다며 가격 좀 올리라는 손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년 동안 천오백 원을 유지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배추 한 포기가 만 원을 넘으면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의 2천 원을 받게 되었다며 미안해한다. 대신 맛있는 국밥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권영희씨. 그녀에게는 무섭게 오르는 물가도, 나의 수고에 대한 대가나 이익도 아랑곳없어 보인다.

그 마음 안다는 듯 손님들은 직원을 자청한다. 인건비라도 줄이라며 직접 국밥을 나르고, 휴지도 메뉴판도 알아서 주고받는다.

“에구, 그러지 말라니까 그러네. 갖다 준다니까.” “됐다고요~ 나도 손 있다고요~”

식당 안엔 미소가 번지고, 권영희씨의 국밥 푸는 손은 더욱 바빠진다.

“내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어주고 팔아주니, 내가 더 고마워해야 되는데 손님들이 나보다 더 고마워하니까 그게 보람이죠. 언제까지 할지는 나도 모르지. 힘닿는 데까지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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