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미룰까?

“이제 움직여야지!” 결심해 봐도 ‘밥 먹고 해야지’ ‘TV만 잠깐 보고 해야지’ 하면서 미루게 되는 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인터넷 서핑에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매일 미루기만 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하면서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지는 않은지요? 나 자신도 모르게 침투해 있는 미루기 바이러스, 이제 퇴치해 봅시다. 더 이상 미루지 않는 나, 생각만 해도 매력적입니다! -편집자주

미루면 좋은 일들

•인터넷 연예 기사 클릭
•각종 SNS 타임라인 섭렵하기
•몸에 안 좋은 야식 먹기
•직장 상사 뒷담화
•가족에게 짜증 내고 화내기
•충동 구매하기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하기
•술 마시고 새벽에 옛 애인에게 연락하기

미루면 후회할 일들

•‘고마워, 사랑해’ 마음 표현하기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기
•데면데면해진 인간관계 챙기기
•운동하기
•금연과 금주
•건강검진 받기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기

직장인들의 미루기 1위는 운동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가장 공감 가는 미루기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직장인의 경우 헬스나 요가, 수영 등을 등록해 두고 가지 않는 ‘운동 미루기’가 응답률 46.3%로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아침에 5분 더 자려다가 택시 타고 출근하기(41.7%),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에 취해 집에 가기 미루다 만취된 상사 책임지기(19.3%), 회식 가기 싫어 늦게 갔다가 사장님 옆자리에 앉기(16.2%) 순이었다.
대학생들의 경우 시험 공부 미루다 벼락치기에 실패했던 경험이 응답률 71.2%로 가장 많았으며, 과제 제출 미루다가 낮은 점수 받았던 경험(48.1%),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 결정적인 기회만 찾다가 고백도 못 해보고 친구에게 빼앗기기(25.0%) 등도 순위에 올랐다.

나는 무슨 형일까?
미루기쟁이의 유형 파악하기

1 전부가 아니면 아예 포기! 완벽주의형 스스로 무결점 인간이 되고 싶어 100% 완벽한 준비를 계획하기 때문에 시작도 못 해보고 미루게 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 자신을 몰아세워 무리한 계획을 잡지 말라. 내가 그리는 완벽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완벽함이 아니라 우수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이며 완벽이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친 압박을 가하지 말자.

2 몽상가형 인류 전체를 구원할 원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박애주의자 혹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유형. 동시에 3~4가지 일을 추진하면서 노력은 하지 않고 대박을 기대한다. 꿈이 너무나 원대해서 그걸 쫓아가다 보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일을 미루게 된다. ⇒ 하룻밤에 이뤄지는 성공은 없다. 조금씩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기본 기술부터 마스터하라. 혼자 상상하고 희망사항만 늘어놓지 말고 매일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3 사서 걱정 형 ‘만약 ~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물음을 항상 달고 다닌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매우 불안, 초조해한다. 그러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걱정하기 시작한다. ⇒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유능한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주눅 들었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거기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라. 미래를 고민하거나 과거 일을 과장해서 생각하지 말자.

4 무조건 YES 형 다른 사람의 부탁에 무조건 ‘예스’라고 답하며 하루 일과 중 80%를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할애한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주고 또 주느라 업무는 점점 쌓여가고 마감 날짜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 ⇒ 에너지를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닌 가치 있는 곳에 쏟아라. 시간은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내 능력 이상을 요구받을 때는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한 후 당장 행동으로 옮겨보자.

5 드라마 주인공 형 “나는 압박을 느껴야 일을 더 잘하니까 지금 당장 할 필요가 없어”라며 일을 미루다 최후의 순간에 끝내고 쾌감을 느끼는 유형. 이런 유형은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과금 납부, 세금 신고, 운동 등 소소한 일을 항상 놓치게 된다. ⇒ 나는 슈퍼스타가 아니다. 죽을 둥 살 둥 긴박하게 처리하는 일은 이제 그만. 우선 휴식부터 취하라. 그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참조 도서_<굿바이 미루기>(제프리콤 | 가디언)

미루는 습관, 이렇게 대처하라

1 긍정적인 대화 일을 미루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부터 찾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피곤해, 지쳐 녹초가 되어 퇴근했어” 같은 말은 하지 말자. 그 대신 “나는 일을 미루는 사람이 아니야” “제때 일 하는 게 기뻐” “나는 이보다 어려운 일을 능숙하게 처리했어” 등의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단어를 쓰다 보면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일을 대하는 에너지와 태도가 몰라보게 향상된다. ‘반드시 해야 한다’ 같은 단어도 무의식중에 명령이나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꼭 해야 해, 무조건 해야 해 보다는 ‘나는 월요일까지 끝내기로 결심했어’ ‘끝내고 싶어’ 등의 말로 바꿔보는 것이 좋다.

2 5분 기법 하기 싫은 과제를 미루고 싶을 때, 딱 5분 동안만 하기로 계획해보자. 5분이 지나면 5분 더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한다.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혹은 과제가 완성될 때까지 5분씩 더해간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밖에 실행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방법은 미루는 습관을 없애줄 만큼 꽤 효과적이다.

3 구체적인 할 일 목록 하루의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일이 마무리될 때마다 과감하게 지워나가면서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셀프 격려를 해보자. 목록은 최대한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적고, 목록에는 ‘인터넷 서핑 안 하기’와 같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함께 포함시킨다.
독일 콘스탄츠 대학의 프랭크 비버 교수팀은 계획과 미루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A와 B 팀 각각 25명의 학생들에게 간단한 열 가지 행동을 과제로 주고, 그 행동을 실천하기 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A팀에게는 행동을 하는 개인의 성격, 특성 등 추상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B팀에게는 이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결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B팀은 A팀에 비해 3배나 빠르게 그 행동을 실천으로 옮겼다. 즉 사람들이 일을 하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경우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그로 인해 더 쉽게 실천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참조 자료_<미루는 습관 버리기> (윌리엄 너스 | 팬덤북스)
KBS 네트워크특선 다큐멘터리 <습관>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내 바탕화면으로 어때요?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잦은 야근에다 정신없이 컴퓨터 앞에서 일만 하는 날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에라, 모르겠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하고 자기 최면처럼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걸 캘리그래피로 바탕화면을 만들어보았다. 팍팍한 요즘, 과로에 시달리는 많은 분들이 이 글씨를 보고 가끔은 미루기도 하면서 삶의 여유를 찾으셨으면 좋겠다.

신노아 디자이너. ⓒHAON createdbys.blog.me

한 번쯤은 ‘오늘 일을 내일로~’ 마냐나 데이 만들기

남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오후 5시경이 되면 모든 업무가 멈추고 더 이상 아무 일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오늘’ 처리하지 못한 일은 ‘내일’ 한다는 의미의 마냐나(Mañana)’ 문화 때문이다. 마냐나는 스페인어로 ‘내일’ 또는 ‘나중에’를 뜻하는데 이러한 문화로 인해 저녁 시간에는 마음 편히 식사와 음료를 즐기며 오로지 자신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루기를 죄악시하는 우리와 달리 남아프리카 사람들은 초조하게 쫓기거나 긴장하지 않는다. 조금 느릴지 몰라도 언제나 여유 있게 자신을 표현하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간다. 우리도 한 번쯤은 미뤄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책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냐나 문화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다음 날을 두 배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꾸며 그림을 즐겨 그려왔다. 그런데 내게는 늘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미루기 습관이 있었다. 콘티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 만화책을 펼치면 만화에 푹 빠져버리고, 그림을 그리려고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인터넷 서핑으로 몇 시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래, 이걸 보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거야’ 하며 합리화를 했다.
어느 날, 블로그에 올린 나의 만화를 보고 한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고 포털 사이트에 실릴 샘플 만화를 의뢰받게 되었다. 웹툰 작가 데뷔의 절호의 찬스였다.

막상 의뢰를 받고 보니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때는 어려서 마감을 지켜야겠다는 개념도 없었고 한편으로는 ‘조금 미뤄도 괜찮아, 만화가라면 당연히 마감에 쫓기다가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거 아니겠어?’ 하면서 일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결국 제출 마감 기한을 일주일이나 넘기고 말았고 꿈같은 기회는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나의 고질적인 미루기 습관을 고치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마음수련이었다. 살아오면서 쌓아뒀던 마음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니 참 어리석게도 나의 완벽주의 때문에 소중한 기회를 많이 놓쳐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그것에 부담을 느껴서 더 잘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신 없는 일은 끝없이 미루거나 아예 손을 놓아버렸던 것이다. 웹툰 데뷔 기회를 놓쳤던 것처럼.
작년에는 손목을 크게 다쳤다. 어쩔 수 없이 그림 작업을 쉬게 되면서 어쩌면 앞으로 평생 그림 그리는 일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마음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림에 대한 부담감이나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을 실제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잘 그려야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마음도 버리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도 버리고 보니 더 이상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자책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의 미루는 습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박지명 31세.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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