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프로의 아름다운 도전

지난 5월 마지막 주 ‘나는 가수다’ 경연에서 박정현은 고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열창했습니다. 박정현 특유의 애절한 보이스가 살아 있는 명곡이었죠. 비록 경연에서는 3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원곡이 여성들이 부르기 ‘어려운’ 노래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나는 가수다’ 경연 녹화 전날까지 5일 동안이나 자신의 콘서트에서 노래를 했다고 합니다. 콘서트를 막 마친 후라 목 상태도 안 좋은데, ‘나는 가수다’에서 열창을 하여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까지 한 것입니다.

박정현 콘서트에 가보신 분들은 그녀가 라이브의 여왕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하더군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박정현의 라이브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지만 ‘나는 가수다’를 보고 조그마한 체구에서 폭발적이면서도 간드러지는 보이스를 뽐내는 박정현에 반했습니다. 박정현의 앨범을 들어보면 여러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고 있고,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자질도 뛰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지난주 경연에서 부른 부활의 ‘소나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음악 풍에, 드렐라이어 등 다소 생소한 악기로 잔잔한 변신을 추구한 것이죠.

비록 청중단들의 평가 등수는 1위에서 7위로 내려가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수로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의 장르를 소화해내려는 그녀의 아티스트적 면모가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주먹이 운다’를 부른 이소라 역시 ‘이럴 것이다’라는 프레임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평소 이소라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감성 보컬로 마음 깊숙이 우러나는 목소리로 사랑받은 여가수입니다. 하지만 보아의 ‘넘버원’에 이어 힙합은 물론 락적인 요소가 접목된 ‘주먹이 운다’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는 이소라의 파격 변신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 그녀는 몸 상태가 좋지 못해 경연을 끝내자마자 병원에 입원을 했고 방송 진행도 못할 정도였지만 무대에서는 아픈 몸이라는 걸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혼신의 열창을 선보였습니다.

박정현, 이소라뿐만이 아닙니다. 김범수, BMK도 지난 방송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었던 탓인지 몸이 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윤도현도 기침이 멈추지 않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와서는 전혀 아픈 기색 없이 무대를 소화해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가수는 무릇 아파도 무대 위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언제나 최상의 상태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했습니다. 목 상태가 말이 아니었음에도 애초 예정되어 있던 녹화가 하필이면 자신의 콘서트 다음으로 미뤄졌어도 군말 없이 노래를 부르고, 또 열창을 하는 박정현의 프로 정신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심각한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파격 변신을 거듭하는 이소라의 열정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열심히 살지 않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입니다.

비록 요즘 말이 참 많지만, 이렇게 가수들이 자신의 틀과 한계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도전이 돋보이는 ‘나는 가수다’가 참 좋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열창하는 가수들의 도전 정신,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아티스트로 진화해가는 그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이야말로 그런 대접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도 그런 가수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방송 무대에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권진경 문화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MBC

권진경님은 1985년생으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2009년부터는 자신의 블로그에 ‘너돌양’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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