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취미 하나 쯤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버려진 껌딱지 위에 그림을 그리며

김형철 33세. 직장인, 껌 그림 캠페이너
www.facebook.com/gumpainting, cafe.naver.com/gumpainting

남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특별했던 유년 시절을 보낸 내게 있어 그림은 잠시라도 슬픈 생각을 멈추게 해주는 도구였다. 줄곧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그 후 군대를 다녀와 복학했고, 그때 마침 듣게 된 강의가 있었는데 오늘까지도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에 많은 영향을 준 ‘타자성’이라는 주제의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주체성의 반대로, 주체로 인정받기보다는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는 수업이었다. 그 수업 속에서 나는 ‘버려진 이기심’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때 관심을 가졌던 것 중 하나가 길바닥에 덕지덕지 붙은 껌딱지였다.

사람들이 무심코 씹다가 길에 뱉고 간 껌, 밟히고 더러워져 도시의 보도블록 위에 거뭇거뭇 흉물이 되어버린 껌딱지들. 매년 버려지는 껌딱지의 양은 엄청나다고 한다. 껌딱지를 제거하는 비용만 한 도시 기준으로 180억. 이는 2000명가량의 인원이 일 년 내내 떼어내도 전부 제거 불가능할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결국 껌을 떼어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껌딱지를 통해 ‘사람들이 껌을 씹거나 뱉을 때 경각심을 갖게 될 수 있을까?’ ‘우리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소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고, 결국 나는 붓을 들고 나가 길바닥에 엎드려 버려진 껌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껌 그림’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그려 넣다가 동물에 관심이 많아 유기 동물, 반려 동물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려 넣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신기하다는 듯 말을 걸어오신다.

그때 가장 많이 하셨던 말씀은 “바닥에 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몰랐다”는 거였다. 바로 그것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길 위에 엎드려 껌 위에 그림을 그리는 나를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버려진 껌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껌딱지에 그려진 그림은 비록 작고 보잘것없지만 버려진 것을 새로이 하는 ‘껌 그림’ 활동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껌 그림’ 활동은 어느새 나의 가장 소중한 취미이자 대표적인 미술 활동이 되어버렸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껌 그림 캠페인’이라 하여,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껌 그림’을 그리는 미술 캠페인 활동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그 과정에서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소개가 되었다.

어렸을 때 내가 꿈꿔왔던 것처럼 미술을 계속하며 살아가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행복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이 ‘껌 그림’들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금씩 변화돼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아실 로제(Achille Laugé) 작.

‘먹을 수 있는 정원’ 가꾸기

최오균 작가. <사랑할 때 떠나라> 저자

“여보, 요즈음은 마트에 가도 야채나 과일 쪽으로는 눈이 전혀 가지 않아요.” “흐음, 그게 무슨 소리지요?” “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턱밑에 야채와 과일이 널려 있으니까 그렇지요.”

요즈음 우리 집 텃밭에서는 철 따라 야채와 과일이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 생산된다. 싱싱한 야채와 과일이 제때에 밥상에 올라오게 되니 아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더욱이 하얀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무공해 야채를 무시로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이곳 최전방인 연천군 임진강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임진강변으로 이사를 온 후 나는 주변에 버려진 자갈밭과 모래땅을 삽 한 자루로 손수 일구어 200여 평의 텃밭을 야금야금 만들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취미 삼아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농약이나 제초제는 물론 화학비료도 일체 주지 않고 퇴비와 물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여전히 왕초보 농사꾼인 우리 부부는 봄부터 가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리 넓지 않은 텃밭이지만 무려 30여 가지가 넘는 채소와 과일류 등을 심다 보니 서투른 농사꾼은 바쁠 수밖에 없다. 상추, 쑥갓, 부추, 배추, 무, 당근, 감자, 고구마, 호박, 토마토, 오이, 가지, 참외를 비롯해서 검은 콩, 대두 콩, 땅콩, 들깨…. 텃밭은 마치 야채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와 나는 제일 먼저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달려간다.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나는 야채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흐뭇해지고 만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일체 살포하지 않다 보니 텃밭에는 철 따라 각종 야생화가 피어난다.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청개구리가 거실까지 들어온다. 밤에는 반딧불이 등불을 켜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잡초 우거졌던 자갈밭이 어느덧 ‘먹을 수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아내와 나는 먹을 수 있는 정원으로 변한 텃밭에서 매일 풀을 뽑고, 물을 주며 지극정성으로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마치 모든 농작물을 자식을 돌보듯 하다 보니 작물 하나하나의 상태를 언제나 소상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가꾸고 정성을 들인 농작물들이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아내는 오랫동안 난치병으로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고, 급기야 몇 해 전에는 심장 이식까지 하게 되었다. 움직이는 종합병원 같았던 아내가 텃밭을 함께 가꾸면서부터 건강도 점점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흙을 만지며 자연의 품에 안기다 보니 욕심이 덜어지고, 자연스럽게 육체적인 운동이 된다. 조용한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도심에서처럼 보고 듣는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된다. 거기에다가 공기 맑고 공해 없는 곳에서 손수 지은 싱싱한 무공해 채소를 먹다 보니 자연히 심신의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주에 여름 당근 씨를 파종했는데 비가 오자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당근 밭에는 쇠비름이나 바랭이 풀 등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고 있다. 이들 잡초를 뽑을 때는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한다. 잡초는 잔뿌리가 많고 깊어서 조심해서 뽑아내지 않으면 당근 모종까지 통째로 뽑히고 만다.

텃밭을 가꾸는 것은 마치 내 마음의 밭을 가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자를 파종을 하여, 모종을 솎아내고, 잡초를 일일이 뽑아내는 일은 어지간한 인내심과 집중력이 없으면 해내기가 쉽지 않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아티샤는 “돌이켜 보고,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켜보아, 항상 모든 감각의 문을 지키라”라고 말했다. 사물을 주의 깊게 돌이켜 보고, 기억하는 마음의 기능을 아티샤는 마치 쇠갈퀴와 같다고 말했다. 마음이 온전치 못하는 곳으로 방황할 때에는 이 쇠갈퀴가 떠도는 마음을 낚아채서 온전한 자리로 다시 끌어온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텃밭에서 작물을 가꾸는 일도 마치 이 쇠갈퀴의 작용과 같다. 항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작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마음을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의 텃밭에서 매일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실 로제(Achille Laugé) 작.
<Étude de Chrysanthèmes I>
61×61cm. Oil on Panel.

웬만한다 고친다

원성룡 72세. 전남 광양시 광양읍

나의 어릴 적 취미는 뜯고 부수고 고치는 것이었다. 집에 있는 커다란 라디오 속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너무나 신기해서 라디오를 뜯었다. 그것 참. 작은 부속품들이 참으로 복잡하였다. 뜯어서 또다시 똑같이 조립을 했더니? 노래도 잘 나오고.

야호~ 신난다 하면서 그 후로 집에 있는 전자 제품을 뜯어서 부수고 고치고~.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여러 개의 라디오를 뜯고 고쳤다. 공부는 하지 않고 고치는 것이 재미있어서.

고치고 부수고 딱딱 뚝뚝 집에서는 망치 소리가 요란하였다. 옆집 아줌마~ “와 그리 뜯어? 취미도 별나네그려.” 어떤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쪼깐한 게 기특하단 말이여” 하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뚝딱 딱딱 망치 소리가 좋아서 건축 일을 시작하였다. 건축 현장에 다니면서 하늘 높이 치솟는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취미 생활은 계속하였다.

내 손만 닿으면 모든 게 척척 착착이다. 만능 박사처럼 손으로 만드는 것은 다 고친다. 재활용을 참 잘하는 장점이 있다. 거리를 지날 때 쓰레기통에 꽉 처박혀 있는 돌아가지 않는 선풍기를 보았다. 내 손이 척척 착착 버려진 선풍기를 고쳤다. 이후 버려진 선풍기를 주워서 고쳐서 쓴다. 또 친척들께 골고루 나누어준다. 선풍기를 고쳐서 쓰면 정말 새것처럼 윙윙윙 잘도 돌아간다. 하하하.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 우리 집 수도가 고장 났어요” 하면 수도도 고치고 보일러도 고치고 냉장고도 고쳐 드리고. 나는야 재활용을 잘도 하는 아주 좋은 사람이다. 세탁기도 고쳐 주면 “고맙슈다~ 고마워요~” 한다. 내 손으로 할 수 있어서 내 취미가 아주 자랑스럽다.

남들이 못 쓴다고 버린 물건을 보면 정말 아깝다. 고쳐서 쓰면 될 건데 왜 버릴까? 버리지 말고 재활용합시데이. 옛날에는 라디오가 집집마다 있었는데 요즈음은 드물다. 라디오 없으신 분들 거리를 지나다가 버려진 라디오 있으면 주워서 고쳐서 씁시다. 소형 라디오는 자전거 하이킹할 때 듣고 대형 라디오는 밭에서 일할 때 휴식 시간에 틀어놓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물건을 버릴 때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립시데이.

필요 없다고 버린 물건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엉엉엉엉 울고 있으면 모두~ 다~ 나에게로 오면 보물단지가 된다. 어때요? 저의 취미 자랑할 만한가요? 어떤 사람들은 저런, 저런 못 쓰는 선풍기를? 하다가도 다 고치고 나면 서로 달라고 난리다. 나의 취미 생활에 만족한다.

무더운 여름날. 윙윙윙~ 시원하게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시원하게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시간도 엄청 빠르게 지나간다.

아실 로제(Achille Laug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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