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빈의 동물 사진

소녀와 염소 :
라자스탄, 인도. 2007.
벽을 움푹하게 파놓은 것은 제단(벽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제단에 제물을 놓고 제사를 지내는 일은 일 년 중 단 며칠에 불과하다. 제단은 제사 지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염소들의 안락한 휴식처로 사용된다.

살구꽃 :
셰헬리, 아프가니스탄. 2007.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들고 있는 것은 살구나무 가지다. 살구꽃은 벚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며 생긴 모습 또한 비슷하다. 여름이면 꽃이 피었던 자리엔 어느덧 살구가 영글고, 누구나 손만 뻗으면 살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먹다가 남은 것들은 건살구로 말려 겨우내 먹는다. 살구씨는 기름을 짜서 약으로 쓰고, 씨앗 안에 행인은 말려서 유용한 식량으로 쓴다.

당나귀의 일상 :
라자스탄, 인도. 2003.

당나귀는 세탁소에서 일을 한다. 아침 일찍 빨래를 싣고 빨래터로 갔다가 오후가 되면 햇볕에 잘 마른 빨래를 싣고 다시 세탁소로 돌아온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주인은 당나귀에 물린 재갈을 풀어준다. 자유의 몸이 된 당나귀는 마을 이곳 저곳을 마음껏 마실 다니다 해가 저물면 세탁소로 돌아간다.

해변의 개 :
푸리, 인도. 2003.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이 바닷가 마을은 항상 순례자들로 넘쳐난다. 순례자들의 중요한 의식 중 한 가지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침례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도 잊지 않는다. 침례의식을 마친 순례자들이 옷을 말리는 동안 동네 개들은 순례자들 주변을 서성거린다. 누군가가 던져줄 자비로운 빵을 기다리며….

나는 동물이 좋다.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그들은
인간이 빚어낸 선함과 악함이 스며들지 않아
말과 말,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오해하고 상처받고, 또 슬퍼하지 않는다.
넘치는 말도 없이, 생각의 흔들림도 없이
나도 그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순수가 되고 싶다.
내 마음은 그들에 동화되어
덧없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진정 평화로울 수 있었다.

바둑이와 아이들 :
폰티체리, 인도. 2005.
인도의 개들은 대부분 주인도 없이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살아간다. 인도 친구에게 물었다. 왜 인도의 개들은 주인이 없느냐고. 그런데 친구는 오히려 “왜 개에게 주인이 있어야 하는가?”라며 되물었다. 그렇다. 비록 거리에서 태어났지만 당당히 자신의 삶을 헤쳐가고 있는 저 생명에게 굳이 주인이 필요한 것일까? 그 삶의 주인은 바로 그 자신일 텐데….

꽃과 고양이 :
라다크, 인도. 2005.
고작 세 가구만 사는 히말라야 오지의 작은 마을. 마을엔 네 명의 아이들과 잿빛 고양이 한 마리도 살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고양이를 데리고 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붙들려온 고양이는 사진을 찍는 내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 아이들은 카메라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마냥 즐거워했다. 오지 아이들이라 사진에 찍혀본 일도 거의 없었을 텐데 들꽃까지 꺾어와 멋진 연출까지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그러한 천진무구한 순수가 고양이를 움직인 것일까? 마침내 고양이는 그윽하게 꽃향기를 맡는 포즈까지 취하는 것이었다.

사진가 고빈님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인도, 네팔, 몽골 지역 등을 여행하며 사람과 동물의 삶, 그 주변의 모습을 친근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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