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 무섬마을

‘육지 속의 섬’ 무섬마을!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해서 무섬마을이라고 불린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마찬가지로 강이 육지를 크게 휘감으며 절경을 빚고 있다.

강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무섬마을 직전 500m쯤에서 소백산에서 내려온 서천과 합류해 무섬마을과 예천군 풍양면의 삼강주막을 지나 낙동강으로 접어든다. 무섬 앞을 흐르는 강은 폭이 100m도 넘는다. 백사장이 넓고 물길도 고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마을의 집은 40여 채. 한국전쟁 전까지 주민이 400~500명에 이르던 마을이 현재는 주민 수 40여 명의 고즈넉한 한촌으로 변했다.

그러나 숲 아래 어깨를 맞댄 오랜 고택들을 보면 이곳이 양반촌이었음이 실감 난다. 마을 최초로 지어진 만죽재와 고종 때 의금부도사 김낙풍이 살았던 해우당을 비롯해서 김뢰진, 김규진, 김덕진, 박덕우의 가옥 등 기와채 9채가 민속자료나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영주선비촌의 만죽재, 해우당, 김뢰진 가옥, 김규진 가옥은 무섬마을의 원래 고택을 본떠 지은 것들이다.

마을을 풍수지리로 보면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다. 또는 매실나무 가지에 꽃이 피는 ‘매화낙지형’,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형’이라고도 하는데 그 덕분에 많은 선비가 나오고 대대로 부를 누렸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반경 30리 안에 무섬마을 소유 농토가 쫙 깔렸었다”고 회상한다.

무섬마을 토박이 김한세씨는 “무섬은 태백산의 끝자락이고, 마을 앞에 보이는 산은 소백산의 끝자락이며 근방 아홉 개 골짜기의 물이 한곳에 모여 마을 앞으로 흐른다”고 설명한다. 집들의 방향이 서쪽으로 많이 치우쳐진 것은 물의 정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함이란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이처럼 좋은 마을의 기운이 끊길 뻔했다. 굽이치는 강물을 직선으로 만들려는 토목공사가 계획되고 기공식까지 성대하게 치러졌기 때문. 다행히 주민의 결사반대로 공사가 무산돼 오늘날까지 수려한 풍광이 남게 되었다.

무섬마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경찰의 탄압을 피해 아도서숙(亞島書塾)이 들어서며 독립운동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1928년 10월에 세워진 아도서숙은 일제의 창칼에 의해 폐쇄될 때까지 5년 가까이 계몽사상을 교육하고 독립 의식을 일깨우는 장소로 사용됐다. 물길에 의해 고립된 지리적 장점이 아도서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마을을 외부와 연결하는 것은 오로지 외나무다리였다. 마을이 번창할 때에는 문수초등학교와 분교 두 곳 등 초등 교육 시설이 주변에 3개 있었고 학생 수도 500명 안팎으로 시끌시끌했다. 그때 등굣길로 이용되던 다리가 현재의 시멘트 다리(수도교) 자리에 있었고, 그 외에도 다리가 2개 더 있었다.

외나무다리는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상징물이었다. “무섬은 한번 시집오면 죽을 때까지 나가지 못했어요.” 김한세씨의 설명이다. 유교적 규율이 엄격한 지역이라서 여성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가마 타고 시집올 때 건넜던 다리는 생을 마치고 상여에 실려 나갈 때 마지막으로 통과했다. 인생의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곳이 외나무다리다.

그런데 그 다리가 요즘은 낭만과 추억을 쌓는 상징물로 변해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섬 사람들은 2005년부터 옛 정취와 전통을 되살리고 마을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가을마다 성대한 축제를 벌인다. 여름 홍수 때 다리가 떠내려가는 것을 염려해 다리를 걷었다가 가을에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한다.

초가지붕과 골목에 박덩이가 뒹굴고 다양한 꽃과 곡식이 숲과 함께 조화를 이뤄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전통 마을 수도리는 마음이 착잡할 때 조용히 가볼 만한 여행지이다. 바람이 스치는 너른 강줄기, 그 위로 노을 지는 석양이라도 바라본다면 부자 마을의 풍요로운 기운이 온몸에 전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섬마을은 너무 현대화된 하회마을과 지세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른 고즈넉한 여행지다.

글&사진 이두영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의 저자

 

<여행 쪽지> 무섬마을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수도교에 다다르기 약 300m 전에서 ‘술미’ 이정표를 보고 산길로 올라가야 한다. 고갯마루에서 산으로 들어서서 10분 정도 걸으면 강물에 휘감긴 마을이 보인다.

여행문의 alps220@naver.com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